SNS부터 직장 방문까지… 심방, 삶의 현장 속으로

입력 2019-01-21 00:01
김승민 부천 원미동교회 목사(오른쪽)가 최근 교회 청년의 직장 사무실을 방문해 예배드리고 있다. 원미동교회 제공
카카오톡을 활용해 심방을 하는 목회자들의 이야기를 종합해 재구성한 장면. 원미동교회 제공
조지훈 고양 기쁨이있는교회 목사는 매일 청년들의 SNS 계정을 방문한다. 그곳엔 청년들의 희로애락이 생생하게 펼쳐져 있다. 이들에게 SNS는 또 다른 세상과도 같기 때문이다. 조 목사는 기쁜 일에는 손뼉을 쳐 주고 슬픔과 고민거리를 발견하면 상담을 한다. 청년들과 눈높이를 맞추자 신앙상담과 만남이 자연스러워졌다. 청년들도 언제든 목사와 소통할 수 있어서 좋다. 조 목사는 20일 “젊은 세대들에게 전통적인 심방은 낯설다”면서 “SNS를 활용한 뒤로 청년들과 편히 신앙상담을 할 수 있어 유익하다”고 말했다.

SNS 심방부터 직장 심방까지 다양한 심방이 등장하고 있다. 대안적 가정 심방도 눈길을 끈다. 목회자들은 “변화한 시대에 맞춘 새로운 심방이 교인들과 눈높이를 맞추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 강남구 소망교회는 가정 심방을 ‘구역 심방’으로 전환했다. 구역 심방은 가정 심방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은 보완한 대안적 심방이다. 이 교회는 보통 10가정이 한 구역에 편성된다. 매년 한 차례 진행되는 대심방 때마다 구역원들이 한 집으로 모인다. 구역원이 10명일 경우 10년에 한 번만 집에 교우들을 초대하면 되는 셈이다. 집을 공개하는 부담을 10분의 1로 줄인 대신 매년 구역 담당 목사를 만나 신앙상담과 기도 제목을 나눌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다. 구역 심방은 예배와 가정별 신앙상담 순으로 진행된다.

박경삼 교구 담당 목사는 “교인들의 사생활을 지켜주기 위해 시작된 심방인데 교인들의 반응도 좋고 효과도 크다”면서 “교회가 커지면 모든 가정을 방문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인데 한 집에서 구역원들과 온종일 영적인 교제를 할 수 있으니 목사들도 좋다”고 말했다.

목사들이 교인들의 직장을 찾아가는 직장 심방도 늘고 있다. 김승민 경기도 부천 원미동교회 목사는 “맞벌이하는 교인들이 시간을 내기 어렵다 보니 직장을 찾아가 심방하는 일이 종종 있다”면서 “직장을 방문하면 교회에 다니지 않는 직장 동료들도 만나곤 하는데 이들 중에서도 교회에 등록한 사람이 나오는 ‘또 다른 결실’도 있다”고 밝혔다. 김 목사는 “교인들 삶의 현장에서 심방을 하다 보니 고민이나 어려움을 더 깊이 듣고 이해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했다.

가정 심방을 고수하는 교회도 있다. 안성국 익산 평안교회 목사는 매년 3월이면 모든 교인의 가정을 방문한다. 매일 3~4가정을 방문해야 하는 고된 일정이지만 목회에 큰 도움이 된다. 안 목사는 “가정을 방문하면 그 가정의 모든 희로애락을 나눌 수 있다”면서 “이런 만남이 없었다면 절대 알 수 없었을 이야기들을 나누는 소중한 시간”이라고 말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