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1주년을 맞는 오는 4월 27일 군사분계선(DMZ)을 따라 동서로 인간띠를 잇는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한국YMCA연맹 주도로 꾸려진 ‘DMZ 평화 인간띠 운동본부’는 이날 DMZ 500여㎞를 인간띠로 이을 예정이다.
서울 중구 소공로 더플라자호텔에서 지난 9일 만난 안재웅 한국YMCA전국연맹 유지재단 이사장은 “DMZ 인간띠 잇기는 통일을 바라는 온 국민의 열망을 표출할 기회가 될 것”이라며 관심을 호소했다. 그는 “인간띠 잇기를 전 세계에 ‘통일 한반도’의 청사진을 선보일 수 있는 민간 차원의 평화운동으로 만들자”면서 “북한에도 동참을 제안했다”고 덧붙였다. 안 이사장은 “한 사람이 1m씩 맡으면 50만명이 필요한 초대형 사업이지만 DMZ 주변 10개 마을에서만이라도 인간띠 잇기가 성공한다면 행사의 취지를 충분히 살릴 수 있다”고 전했다.
안 이사장은 남북 교회 교류의 산증인이다. 1984년 일본 시즈오카현 도잔소에서 열린 ‘동북아 평화와 정의에 관한 국제회의’부터 2016년 세계교회협의회가 홍콩에서 진행됐던 ‘한반도 평화를 위한 국제협의회’에 이르기까지 한반도의 평화를 주제로 열린 굵직한 국제회의에 빠짐없이 참여했다. 그는 1990년 스위스에서 열린 ‘글리온 3차 회의’ 때 고기준 조선그리스도교연맹(조그련) 서기장을 만난 후 이 단체 강영섭 전 위원장과 강명철 위원장 등 북한 기독교의 수장들과 지속적으로 교류하고 있다.
“남북의 기독교인들이 한마음으로 ‘예수님의 평화’를 따라 기도해야 합니다. 한반도의 평화는 그리스도 안에서만 가능합니다. 평화의 주역은 국가 지도자들이 아니죠. 바로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이를 자각해야 평화 통일의 본격적인 여정이 시작됩니다. ‘평화를 원하면 정의를 위해 일하라’는 슬로건이 기독교인들의 주된 관심거리가 돼야 합니다.” ‘예수의 평화’를 강조한 안 이사장은 “평화 한반도는 모든 사람이 대접받는 정의로운 평화공동체로 만들어야 한다”면서 기독교인들의 역할을 강조했다.
안 이사장은 ‘민간 차원의 평화 확산’도 시급한 과제라고 밝혔다. “민간이 나서지 않으면 지금 이 분위기를 이어가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지금의 분위기를 이어갈 힘은 민간에서 나옵니다” 안 이사장은 이런 측면에서 북한의 YMCA를 재건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그는 “분단 전 북한 지역에는 다섯 개의 YMCA가 있었을 정도로 활발하게 활동했다”면서 “쉬운 일은 아니지만 청소년 체육 프로그램과 건강증진 등에 초점을 맞춰 재건한다면 민간 차원의 교류와 협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안 이사장의 최근 기도제목 중 하나는 ‘남남갈등 해소’다. “남남갈등이 남북 교류를 막고 있어요. 이젠 갈등은 내려놓고 평화를 꿈꿔야 할 시간이 왔습니다. 남북철도가 이어지고 교류의 싹이 트고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도 조속히 재개되길 소망합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21)] 안재웅 한국YMCA전국연맹 유지재단 이사장
입력 2019-01-21 00:01 수정 2019-01-30 16: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