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호’가 아시안컵 8강 숙적 이란, 영원한 라이벌 일본과의 대결을 결승까지 늦췄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현지 환경에 익숙한 중동팀들과 ‘디펜딩 챔피언’ 호주 등 토너먼트에서 부딪칠 수 있는 상대팀들의 전력 역시 가볍게 볼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남자 축구대표팀은 이번 아시안컵 C조 조별리그 1위를 차지하면서 껄끄러운 상대 이란, 숙적 일본을 결승까지 만날 일이 없게 됐다. 한국은 1996년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린 아시안컵 이후 5번 연속 8강에서 이란을 상대했다. 승부차기 승을 포함해 3번의 승리를 거뒀지만 모두 연장전 이후에야 승부가 갈려 체력적인 부담이 컸다. 실제 한국은 2000·2007·2011년 대회 8강에서 이란을 따돌렸으나 준결승의 벽을 통과하지 못했다. 일본과는 아시안컵 본선에서 모두 3번을 만나 승부차기 승을 포함해 2번 승리했고 2011년 대회 준결승에선 덜미를 잡혔다.
반면 토너먼트에서 이란, 일본을 마주치지 않았던 2015년 대회에선 상대적으로 무난하게 결승까지 올라갔다. 당시 한국은 8강에서 연장까지 가긴 했지만 손흥민의 2골로 우즈베키스탄에 2대 0 승리를 거뒀고, 준결승에선 이라크를 2대 0으로 제압했다. 당시 이란은 8강에서 이라크와 만나 승부차기 끝에 패했고, 일본 역시 UAE와 승부차기에서 져 탈락했다.
그러나 59년 만의 우승을 위한 여정은 아직 많이 남아있다. 먼저 16강 첫 상대 바레인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13위로 한국과 전력차가 크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한국이 바레인에 패한 2번의 경기(88년 예선, 2007년 본선)가 모두 아시안컵에서 나왔다. 토너먼트 첫 상대인 만큼 체력 부담을 줄이기 위해 90분 안에 승부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은 직전 3번의 아시안컵 토너먼트 첫 경기에서 모두 연장까지 가는 승부를 펼쳐야 했다.
8강에선 카타르와 이라크 중 한 팀을 상대해야 한다. 카타르와의 역대 전적(5승 2무 2패)은 한국이 앞서있지만 이번 대회 카타르의 전력이 만만치 않다. 카타르는 사우디아라비아 등과의 조별리그 3경기에서 10골을 넣고도 실점은 하지 않았다. 조별리그에서 승점 9점과 무실점을 기록한 팀은 한국과 카타르뿐이다. 울리 슈틸리케 전 대표팀 감독 경질의 도화선이 된 2017년 6월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에선 한국이 2대 3으로 패하기도 했다. 이라크도 우승후보 이란과 조별리그에서 비기는 등 승점 7점으로 토너먼트에 진출했다.
준결승에선 UAE, 키르기스스탄, 호주, 우즈베키스탄 중 한 팀과 만난다. 이중 지난 대회 우승팀 호주는 이번 대회에서 주축 선수들의 부상으로 전력이 많이 약해졌다. 다만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극적인 승리를 거둬 분위기가 상승세다. 16강에서 우즈베키스탄을 이긴다면 한국과 4강에서 만날 가능성이 높다. UAE는 한국이 역대 전적(12승 5무 2패)에서 크게 앞서 있지만 홈 이점을 살릴 경우 어려운 상대가 될 수 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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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9-01-21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