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션 정태춘(65)이 없었다면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는 지금보다 훨씬 얄팍했을 것이다. 1978년 1집 ‘시인의 마을’을 발표하며 데뷔한 그는 예술성과 사회성을 동시에 거머쥔 음악들을 꾸준히 선보이며 각광을 받았다. 비슷한 시기에 데뷔한 조동진이 시적인 노랫말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면 정태춘의 그것은 직설적이면서 서늘한 분위기를 띠곤 했다.
그의 조력자이자 둘도 없는 파트너는 가수 박은옥(62)이다. 80년 백년가약을 맺은 두 사람은 한국 포크 음악의 지평을 한 단계 넓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 가요계에는 정태춘과 박은옥의 발자취를 되짚는 다채로운 기념행사가 잇달아 열릴 예정이다.
21일 ‘정태춘 박은옥 40 프로젝트 사업단’에 따르면 가요계 관계자들은 두 사람이 79년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만큼 2019년을 데뷔 40주년으로 규정하고 올해 내내 정태춘과 박은옥의 공로를 재조명하는 프로젝트를 가동키로 했다.
일단 4월 12일부터 30일까지 서울 광화문 세종미술관에서는 미술가 40여명이 참여해 두 사람에게 헌정한 작품을 내건 전시 ‘다시, 건너가다’가 열린다. 전시장을 찾는다면 정태춘의 서예 작품 30여점도 만날 수 있다고 한다.
출판과 학술 분야에서도 두 사람의 업적을 재평가하는 작업이 이어질 예정이다. 정태춘이 과거 발표한 시집 ‘노독일처’가 복간되고, 신간 시집 ‘슬픈 런치’도 출간된다. 문학평론가 오민석이 가사 해설집을, 음악평론가 강헌은 평론집을 각각 펴내기로 했다.
특히 3월에는 문화예술계 인사 36명이 두 사람의 음악 활동을 다각도로 분석한 ‘트리뷰트 단행본’(가제)을 출간할 계획이다. 한국대중음악학회 회장인 김창남 성공회대 교수는 이 책에 실릴 글을 통해 “정태춘이 보여준 치열한 현실 의식과 예술가적 자의식, 토속적 정서에 대한 천착, 풍자와 서정의 미학은 한국 대중음악사에 유례가 없는 독특한 성취”라고 평가했다.
이 밖에 정태춘과 박은옥은 다음 달 데뷔 40주년을 기념하는 음반 ‘사람들 2019’를 출시하고 전국 투어 콘서트도 열기로 했다. 공연은 3월 13일 제주 아트센터에서 시작해 11월까지 서울 부산 전주 창원 등 전국 13개 도시에서 개최된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데뷔 40주년 정태춘·박은옥 발자취 살핀다
입력 2019-01-21 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