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월여 만에 미국을 다시 찾는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은 워싱턴에서 근래 북한 고위 관리들이 받지 못했던 환대를 받을 전망이다. 김 부위원장은 미국 입국 금지 대상자임에도 워싱턴으로 직항하는 미국 국적기를 타고 방미길에 올랐다. 김 부위원장은 특히 이번 미국 방문에서 ‘카운터파트’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의 회담에 이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예방할 전망이다. 지나 해스펠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과의 회동 가능성까지 포함하면 김 부위원장은 미국 국가원수와 외교수장, 정보수장까지 모두 만나게 된다.
김 부위원장과 김성혜 노동당 통일전선부 실장, 최강일 외무성 북미국장 대행 등 방미단은 17일 오후 6시38분(현지시간) 베이징에서 워싱턴으로 향하는 미국 유나이티드항공 소속 여객기(UA 808)에 올랐다. 북한 관리가 미국 국적기를 타고 워싱턴을 가는 것은 2000년 조명록 인민군 차수 이후 19년 만이다. 다만 김 부위원장이 항공편 탑승구로 이동할 때 보안 관계자가 제지하고 보안 검색을 받을 것을 요구해 잠깐 신경전이 있었다. 김 부위원장은 소지품 검사로 절충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혜와 최강일은 김 부위원장의 첫 방미에 이어 이번에도 수행원으로 나섰다. 김성혜는 북한 대남 부처인 통일전선부 소속으로 지난해 남북, 북·미 대화 국면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지난해 9월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방문 때는 김정숙 여사를 밀착 수행했다. 지난해부터 통일전선부가 대미(對美) 외교도 주도하면서 김성혜는 전문 분야인 대남 사업뿐 아니라 북·미 대화에서도 활약하고 있다. 최강일은 미국통 외교관으로 알려져 있다.
김 부위원장 일행은 방미 둘째 날인 18일 국무부 청사에서 폼페이오 장관과 고위급회담을 한 뒤 백악관으로 이동해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할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김 부위원장이 해스펠 CIA 국장도 만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해스펠 국장은 최근 수개월간 북한의 핵 위협과 관련한 업무에 깊이 관여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에서 북·미 고위급 접촉이 이뤄지면 스웨덴 스톡홀름에서는 양측 실무진이 ‘디테일’을 조율하게 된다. 양측의 실무회담 대표는 최선희 외무성 부상과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나선다. 최선희는 최근 베이징에 모습을 드러내 김 부위원장과 함께 미국행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으나 이날 스웨덴으로 떠나는 비행기에 탄 것으로 파악됐다. 최선희의 출장 목적은 명목상 국제회의 참석이지만 실제로는 북·미 실무회담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김 부위원장과 폼페이오 장관이 워싱턴에서 큰 틀의 합의를 이끌어내면 스톡홀름에서 이를 받아 곧바로 세부 사항 조율에 착수하게 된다.
최선희와 비건 대표 간 실무회담의 핵심 의제는 북한이 추가 비핵화 조치로 무엇을 내놓을지, 여기에 미국은 어떤 대가를 제공할지다. 북한은 제재 완화나 해제를 희망하고 있지만 미국은 비핵화 프로세스가 상당 부분 진전되기 전까지는 시기상조라며 난색을 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차 북·미 정상회담 일정이 최종 확정되더라도 지난해 6월 1차 정상회담 때처럼 두 정상이 회담장에 들어가기 직전까지 실무진 간 막판 줄다리기 협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김영철 초특급 환대… 美 대통령·외교-정보 수장 다 만날 듯
입력 2019-01-18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