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때문에 한국당행 어려워진 유승민, 오랜만에 연찬회 참석키로

입력 2019-01-18 04:00
사진=최종학 선임기자

황교안 전 국무총리의 자유한국당 입당이 또 다른 보수 진영 잠룡인 유승민(사진) 바른미래당 의원의 정치적 행보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근혜정부 마지막 총리로 탄핵 정국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았던 황 전 총리가 한국당 유력 당권주자로 나서면서, 박 전 대통령 탄핵을 주도하며 당을 떠났던 유 의원의 귀환 명분도 옅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17일 황 전 총리의 한국당 입당에 대해 “구시대의 수구보수로 가겠다는 것이다. 개혁보수나 중도보수가 설 자리가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개혁보수의 기치를 세우고 있는 유 의원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한국당은 지난 15일 황 전 총리의 입당 후 그를 중심으로 당내 구도가 재편되며 친박(친박근혜) 색채를 강화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황 전 총리가 보수 진영 내 입지를 굳히면서 바른미래당 일각에서는 유 의원이 한국당으로 돌아갈 명분이 사라진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감지된다. 이학재 의원으로 촉발된 바른정당계 인사들의 탈당 행렬도 잦아들기를 바라는 눈치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 패배 후 당과 거리를 두고 있는 유 의원이 다음 달 8~9일로 예정된 바른미래당 의원 연찬회에 전격 참석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가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 것인가에도 관심이 쏠린다.

지난 연말 서울대 강연에서 “바른미래당 안에서 개혁보수가 얼마나 이뤄질 수 있을지 불안하다”고 했던 유 의원은 연찬회에서도 당 정체성 문제를 꺼낼 것으로 보인다. 한 측근은 “유 의원이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유 의원이 보수 재편의 주도권을 잃지 않기 위해서라도 당내 활동을 강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한국당 전당대회에서 ‘황교안 체제’가 들어설 경우 총선 승리를 위해 역설적으로 친박 색채 지우기에 나서며 지지층 확장을 꾀할 것”이라며 “한국당에서 유 의원의 복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향후 보수 재편 과정에서 다른 잠룡들과의 대등한 존재감 유지를 위해서라도 당분간 바른미래당 활동에 힘을 실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