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후보자 이어 내정자도 ‘중복게재’ 의혹… 고려대 총장 선거 싸고 내홍

입력 2019-01-17 19:23 수정 2019-03-26 18:19

고려대가 최근 치러진 20대 총장선거를 둘러싸고 내홍을 겪고 있다. 낙마한 유력 후보자가 논문 표절 시비에 휘말린 데 이어 총장 내정자에 대한 논문 중복게재 의혹도 제기됐다.

고대 교수의회는 지난 2일 정진택 총장 내정자(기계공학부 교수)에 대한 익명 제보를 접수해 자체 조사를 벌였다고 17일 밝혔다. 해당 제보자는 정 내정자가 국내 논문지에 게재한 논문을 큰 수정 없이 해외 논문지에 중복으로 게재하면서 출처 제시나 참고문헌으로 인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교수의회 운영위 관계자는 “최근 학내 교수 3명을 조사위원으로 소위원회를 구성해 제보 내용을 조사한 결과 ‘문제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향후 전문가를 중심으로 정식으로 조사위원회를 꾸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 내정자 측은 “해당 논문이 작성될 당시(2005~2006년)에는 명확한 작성기준이 없었기 때문에 문제없다”고 주장했다. 또 “한국학술단체총연합회의 연구윤리지침이 제정된 2010년 이전의 연구실적에는 중복게재 원칙을 소급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정 내정자의 임기는 오는 3월 1일 시작된다.

앞서 교수의회는 지난달 20일 법인이사회가 정 내정자를 차기 총장으로 선출한 직후 총장 선출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전면 개정을 요구한 바 있다. 정 내정자는 교수의회가 후보자 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1차 투표에서 5위로 컷오프를 통과했다. 이런 탓에 교수들 사이에서는 그를 유력 총장후보로 보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정 내정자는 위원 1명당 3표씩을 행사하는 총장추천위원회 투표에서 공동 2위에 올라서 최종후보자로 낙점됐다. 총추위 투표에서는 최광식 명예교수가 가장 많은 표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최 명예교수는 1차 선거 직전 논문표절 시비가 일었지만 교수의회와 고대 연구진실성위원회에서 무혐의 판정을 받았다.

재단이사회는 별도의 심사를 거쳐 정 내정자를 최종 선출했고, 교수의회는 “이사회가 구성원의 의사를 존중하지 않고 독단적 결정을 했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현재 교수의회와 정 내정자 측 갈등은 커지고 있다. 정 내정자 측은 “연구윤리 위반을 판단하는 공식기관이 아니다”며 “더구나 연구윤리부정 의혹을 밝히는 것은 연구진실성위원회의 역할”이라고 비판했다. 고대 연구진실성위원회 측은 “실명으로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한 정 내정자의 연구부정 의혹을 조사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교수의회 측은 “총추위 위원 절반을 추천하고, 총장이 학장 등을 임명 시 인준을 해 주는 교수의회를 공식단체로 여기지 않는 의견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앞서도 교수의회는 연구부정 등 교내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적극 나섰다”고 반박했다.

학생들은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고대 재학생 김모(25)씨는 “총장 후보 또는 내정자의 자격 논란이 자주 반복되는 상황이 참담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