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요즘 내가 아주 수소차 홍보모델이에요”

입력 2019-01-18 04:01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울산시청에서 열린 전국경제투어 ‘수소경제와 미래에너지, 울산에서 시작됩니다’ 행사에 참석해 전시물을 둘러보고 있다. 왼쪽 두 번째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울산=이병주 기자
정부가 발표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의 핵심 축은 ‘수소차’와 ‘수소발전소’다. 수소차가 ‘규모의 경제’를 누리려면 내연기관차나 전기차와 비교해 상품성, 가격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수소차의 연료인 수소를 독자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인프라를 얼마나 빠르게 갖추느냐도 관건이다. 수소발전소는 원천기술 국산화가 ‘열쇠’다. 수소 연료전지를 소형화하고 집약하는 것도 중요하다. 현재 한국의 경쟁력은 어느 정도일까.

정부는 수소차 관련 기술에선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한다. 한국은 2013년 세계 최초로 제품 양산에 성공했다. 최장 주행거리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핵심부품 99%(부품 수 기준)가 국산화돼 글로벌경쟁력을 갖췄다. 현대차그룹도 가격경쟁력에서 다른 완성차 업체를 앞설 수 있다고 강조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울산시청에서 수소경제 로드맵을 발표한 뒤 수소경제 전시관도 관람했다. 김세훈 현대자동차 상무가 수소차 넥쏘의 구조를 설명하자 “요즘 현대차, 특히 수소차 부분은 내가 아주 홍보모델이에요”라고 농담을 건넸다. 문 대통령은 올 들어 잇단 경제 행보 속에서 수소경제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19’에 참석한 현대기아차 알버트 비어만 연구개발본부장은 “고성능 수소차 출시는 시간의 문제다. 현대차가 수소차 분야에서 가장 앞서 있고 고성능 수소차를 가장 먼저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소차에서 경쟁 업체인 도요타를 충분히 제칠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현재 시판 중인 현대차 ‘넥쏘’의 1회 충전 시 최대 주행거리는 609㎞다. 도요타의 수소차 미라이(Mirai)는 502㎞에 불과하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있다. 소비자가 원하는 가격대, 충분한 연비 효율성이 그것이다. 정부 로드맵에 따르면 2040년까지 누적 생산량의 절반 가량은 내수 시장을 겨냥한다. 국내 소비자 입맛에 맞는 상품이 출시돼야만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수소차 가격은 현재 7000만원대로 정부 보조금을 받아야만 겨우 중형차 가격대로 낮아진다. 올해 기준 수소차 보조금은 국비와 지방비를 포함해 최대 3600만원이다. 다만 정부는 향후 수소차 대량 생산체계가 구축되면 보조금 없이도 3500만원대까지 가격을 끌어내릴 수 있다고 본다.

연료인 수소의 가격경쟁력도 중요한 변수다. 현재 수소차 연비는 전기차에 밀린다. 반면 휘발유보다는 좋고, 경유보다는 약간 우위에 있다. 휘발유 가격을 ℓ당 1395원으로 가정했을 때 휘발유 차량은 100㎞ 주행 시 1만1600원이 든다. 이를 다른 연료로 환산하면 경유차는 8700원, 수소차는 8300원이다. 이와 달리 전기차는 4900원에 불과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현재 수소 1㎏당 거래가격이 8000원대라 가격경쟁력이 다소 낮지만 수소를 대량 생산하는 체계를 구축하면 상품성이 높아진다고 본다. 산업부는 2040년까지 수소 가격을 ㎏당 3000원으로 낮출 계획이다.

수소차와 달리 수소발전소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대형 발전용 연료전지 기술은 한국이 강점을 갖고 있지만, 핵심 원천기술은 미국이 보유하고 있다. 현재 돈을 주고 빌려쓰는 형편이다.

좁은 지역에 수소충전소를 설치하는 소형 연료전지 분야 기술도 선진국에 뒤진다. 수소발전은 연료전지를 기반으로 좁은 장소에 설치할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소형화를 통해 일반 가정용 건물에도 수소충전소를 하나씩 지을 수 있다. 일본은 가정용 수소 연료전지 발전소의 인프라를 확대하는 중이다. 한국은 소형화 기술력이 떨어져 인프라 보급이 느리다. 정승일 산업부 차관은 “상업용 소형 연료전지 분야는 우리 기술력이 선진국에 비해 떨어지지만 기술 개발과 투자에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글로벌 시장의 변화에 따라 수소경제 로드맵이 ‘암초’를 만날 수도 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현재 한국과 일본만 수소차에 ‘올인’하는 모양새라 유럽 미국 등이 전기차를 주요 차종으로 택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이 도태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세종=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