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16일(현지시간) 아슬아슬하게 의회의 내각 불신임 투표에서 살아남았다. 하지만 혼란 상황은 여전하다. 메이 총리는 하원에서 부결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합의안을 대체할 ‘플랜B’(차선책)를 21일까지 마련해야 한다. 그렇지만 의회의 지지를 받는 동시에 유럽연합(EU)의 동의를 얻어낼 수정안을 만들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현재 가장 가능성 있는 플랜B는 3월 29일인 브렉시트 시한을 연기해 시간을 버는 방안이다.
제1야당인 노동당이 발의한 메이 내각 불신임안은 찬성 306표 대 반대 325표, 19표 차로 부결됐다. 하원 650석 중 317석을 가진 보수당은 내각 불신임안 반대에 314표를 던졌다. 여기에 보수당 연정 파트너인 북아일랜드민주연합당(DUP) 의원 전원 10명과 무소속 1명이 가세했다. 브렉시트 합의안에는 반대했지만 조기 총선을 통해 노동당에 정권을 넘겨줄 것을 우려한 보수당과 DUP가 이번엔 메이 총리를 살렸다.
그러나 메이 총리가 풀어야 할 과제는 이제부터다. 영국 의회에서 먼저 플랜B를 동의해야만 EU와의 재협상 테이블에 가지고 나갈 수 있다. 의회 동의 없이 EU와 새 합의안을 타결하더라도 또다시 영국 의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면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메이 총리는 불신임 투표 이후 성명을 통해 “야당들과 새로운 브렉시트 대안에 대해 논의하겠다”면서도 “EU 탈퇴라는 (제1차) 국민투표의 결과를 이행하겠다는 굳은 약속을 지켜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노동당은 “아무런 합의 없이 결별하는 ‘노딜 브렉시트’를 배제할 경우에만 플랜B 논의에 참여하겠다”며 대화를 거부했다. 제레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메이 총리가 노동당 내 온건파를 노딜 브렉시트로 협박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3당인 스코틀랜드국민당(SNP)도 플랜B 논의의 전제조건으로 ‘브렉시트 연기’와 ‘제2 국민투표 개최’를 옵션 중 하나로 검토해야 한다고 밝힌 상태다. 제2 국민투표의 경우 의회에서 과반수로 결정돼도 투표 준비에 최소 6개월 이상이 소요되는 만큼 브렉시트 연기가 먼저 결정돼야 한다.
노동당은 또 보수당 압박을 위해 2월 초까지 계속 내각 불신임안을 제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내각 불신임안 통과 이후 조기 총선을 준비하기까지 최소 6주가 걸리기 때문이다. 이후 노동당은 지난해 연례 전당대회에서 밝힌 대로 제2 국민투표 개최를 본격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메이 총리는 그동안 2016년 1차 국민투표 결과를 이제 와서 뒤집는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신뢰를 깨는 것이라며 반대해 왔다. 하지만 메이 내각이 21일까지 수정안을 내기 어려운 상황에서 현재 가장 가능성 있는 플랜B는 영국 내 논의를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해 브렉시트 시한을 연기하는 것이다.
브렉시트 시한 연기는 EU 정상회담에서 만장일치로 합의가 이뤄지면 가능하다. EU 내에서는 긍정적 신호가 나오고 있다. EU는 영국에 충분한 시간을 주기 위해 2020년까지 미루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특히 EU 지분이 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브렉시트 시한 연기를 지지하고 있다.
최근 영국 내 여론은 제2 국민투표와 EU 잔류 쪽이다. 영국 경제계 지도층 인사 172명은 의회가 정쟁으로 시간을 낭비할 게 아니라 제2 국민투표를 시행할 것을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가디언이 17일 보도했다. 서한은 “사태를 해결할 유일한 방법은 국민에게 여전히 EU를 떠나고 싶은지 다시 묻는 것”이라며 “정치인들이 더 이상 허상에 시간을 낭비해선 안 된다”고 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불신임 위기 넘긴 메이… “EU 탈퇴 국민과 약속 지킬 것”
입력 2019-01-17 1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