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숭숭한 대법원’… 화염병 테러 이어 청사서 극단선택

입력 2019-01-18 04:02
2018년 11월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출근하는 김명수 대법원장 출근차량에 한 70대 남성이 화염병을 투척해 경비들에게 제압당하고 있다. 사진은 블랙박스영상 캡처한 사진을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배열하였다. 김정수씨 제공

17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 건물 안에서 80대 민원인이 숨진 채 발견됐다. 사법농단 사태로 법원이 전례 없는 위기를 겪는 가운데 지난해 말 대법원장 차량 방화에 이어 자살로 추정되는 사고가 청사 내에서 일어나면서 사법부는 할 말을 잃은 분위기다.

대법원과 경찰에 따르면 대법원 청사 내에서 숨진 채 발견된 최모(81)씨는 2013년 자신을 치매 환자로 오진했다며 의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냈다가 패소했다. 재심을 청구했지만 2017년 대법원에서 기각 결정을 받았다. 그는 전날 오후 대법원 내 법원도서관을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1월 말에는 판결에 불만을 품은 70대 남모씨가 대법원 정문 앞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의 출근차량에 불 붙인 페트병을 던졌다. 남씨는 이날 자신의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대법원이 정당한 재판을 해 줄 것이라고 굳게 믿었는데 1, 2심의 위법한 행위에 대해 전혀 재판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사법부를 불편하게 하는 사건은 이뿐이 아니다. 국회 파견 판사가 국회의원의 사건 관련 민원을 받은 정황이 추가로 드러났다. 최근엔 전자법정 입찰비리로 전·현직 행정처 직원들이 다수 사법처리됐다. 최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사법농단 연루 의혹으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으면서 사법부 내 자조의 목소리는 극에 달한 상황이다.

대법원은 곤혹스러운 모습이다. 사법부는 검찰이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하면 사상 처음으로 전직 대법원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해야 한다. 한 지방법원 부장판사는 “그러잖아도 사법농단 사태로 착잡한데 각종 사고 소식까지 발생하니 너무나 안타깝다”고 말했다.

법원 안팎에선 이날 사고로 대법원 청사 관리의 허점이 드러났다는 비판도 나온다. 방문증을 받고 들어온 사람이 청사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는 걸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법원 관계자는 “철저한 대책을 마련해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안대용 이가현 기자 dand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