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대표가 불씨살린 증권거래세 폐지, 개편 효과에는 엇갈린 의견

입력 2019-01-18 04:01

증권거래세 폐지 논의에 다시 불이 붙고 있다. 잠잠하던 불씨를 되살린 건 여당 지도부다. 금융투자협회에서 업계 대표들을 만나는 파격 행보를 계기로 증권거래세 폐지·인하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지만 개편 효과를 두고선 의견이 갈린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금융투자협회를 방문했던 지난 15일 코스피시장에서 외국인투자자는 금융업과 증권업 주식을 600억원어치나 사들였다. 외국인이 코스피시장에서 순매수한 금액의 절반에 달한다. 이날 증권업과 금융업은 각각 3.6%, 2.1% 상승 마감했다. 여당 지도부가 증권거래세와 관련해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거래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시장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거래세 개편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올랐지만 업계 내 전망은 엇갈린다. 보편적인 시각은 증권거래세 인하·폐지가 투자심리 개선과 거래대금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쪽이다. 애초에 거래세를 도입한 목적이 ‘투기적 거래 억제’였기 때문이다.

원재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995년 7월 증권거래세율이 0.5%에서 0.45%로, 96년 4월 0.45%에서 0.3%로 하락했을 때 일평균 거래대금은 6개월 동안 일시적인 상승세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다만 “세제 인하는 증시 거래대금 회전율을 결정하는 시장의 여러 요소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에 정확한 분석은 어렵다”고 부연했다.

반대편은 증권거래세 개편 효과에 회의적이다. 증권거래세 인하폭이 작으면 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데, 인하폭을 키우려면 양도소득세까지 건드리는 ‘대수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증권거래세가 폐지되면 결과적으로 양도세가 강화될 가능성이 높은 점도 증시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강승건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손실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세금 부담이 줄어들겠지만 양도차익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세금 부담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며 “개인들의 모험적인 투자가 축소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조세 원칙을 지키기 위해 증권거래세를 폐지하고 양도세로 전환을 시도했던 주요국 사이에서도 성패는 엇갈렸다. 일본의 경우 89년 4월부터 양도세와 함께 존재하던 증권거래세가 점차 인하돼 99년 폐지됐다. 증권거래세율이 낮아지면서 상장주식 관련 전체 세수도 줄었지만 주식시장 활성화로 2005년부터는 기존 세금 규모를 넘어서기 시작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최근 발행한 보고서에서 “단기적으로 주식 관련 세금 감소를 감내하면서도 거래자의 비용 부담을 완화하려고 노력해 세제 전환에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번번이 실패한 경우도 있다. 대만은 증권거래세가 있는 상태에서 2013년 주식에 대한 양도세 과세를 추진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고, 2018년까지 시행을 유예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혀 2016년 결정을 철회해야 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