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선진국 일본에서 공부하는 한국인은 많은데 창업하는 사람은 드물더라고요. ‘그럼 내가 해보자’는 생각에 창업을 결심했습니다.”
여성 의류 브랜드 ‘인’(IHNN)의 인치성(37) 대표는 16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가진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한국이 아닌 일본에서 창업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인은 2014년 5월 일본 도쿄 시부야의 작은 사무실에서 탄생했다. 전문직 또는 패션에 관심이 많은 20~50대 고객이 주 타깃이다. 코트 한 벌당 10만엔(약 100만원)을 훌쩍 넘지만 찾는 사람이 많다. 지난 5년간 바니스 뉴욕, 이세탄, 미츠코시 등 내로라하는 일본 유명 백화점에 입점하며 일본이 주목하는 브랜드가 됐다. 그는 “얼마 전에는 한국의 한 백화점으로부터 입점 제의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시작은 순탄치 않았다. 창업은 했는데 옷을 사겠다는 사람이 없었다. 가족과 지인이 사준 옷이 한동안은 전부였다. 그는 “빈손으로 한국에 돌아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한 명이라도 자신의 옷을 봐주면 좋겠다는 생각에 출품·전시 와중에도 바이어들에게 초청 메일을 보냈다. 그는 “바니스 뉴욕, 이세탄, 유나이티 에로우 등 바이어 100여명에게 수시로 메일을 보냈다”고 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던가. 끈질긴 노력에 힘입어 바니스 뉴욕과 일본 고급 패션숍 ‘리스테아’ 바이어가 그를 찾아왔다. 1년 반이 걸렸다. 믿을 수 없어 “무슨 일로 오셨냐”고 묻는 그에게 이들은 “당신이 보낸 초청장을 봤고 옷이 마음에 들었다”고 답했다. 입점이 결정되자 입소문이 났다. 이세탄과 미츠코시에서도 연락이 왔다. 현재 인은 백화점과 패션숍 10여곳에 입점돼 있다.
인 대표의 이력은 좀 특이하다. 2010년 일본 유학을 가기 전까지 정식으로 패션 공부를 해본 적이 없다. 인 대표의 학부 전공은 경영학이다. 그는 “중·고등학교 때부터 패션에 관심이 많았지만 취업 때문에 경영학과를 갔다”고 했다. 하지만 패션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맴돌아 졸업과 함께 일본으로 떠났다.
그는 해외 취업을 고민하는 청년들에게 “일단 생각이 들면 주저하지 말고 실행에 옮겼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이어 “‘어려운 길이다’ 또는 ‘안 될 것이다’ 등의 말에 주저하지 말고 꿈을 이루기 위한 실력과 노력만 있다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목표를 물었다. 그는 “한국인이 만든 브랜드도 세계에서 통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 미국 뉴욕에도 ‘인’을 알리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
“한국 브랜드도 세계서 통한다는 것 보여줘야죠”
입력 2019-01-17 2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