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운동부 6만3000명 성폭력 전수조사 한다

입력 2019-01-17 18:36 수정 2019-01-17 18:39
이숙진 여성가족부 차관이 1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여성가족부 주관 체육분야 성폭력 등 근절 대책 향후 추진방향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체육계 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학교 운동부를 전수조사하고 은폐·축소 시 최대 징역형을 받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체육계 미투’에도 꿈쩍 않던 관가(官家)가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국무총리의 근절 주문이 나온 뒤 부산해졌다.

여성가족부와 문화체육관광부, 교육부는 17일 체육 분야 성폭력·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공동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3개 부처는 차관과 담당국장으로 구성된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했다. 주무 부처인 여가부는 다음 달 범정부 종합대책을 내놓기로 했고, 문체부는 장기적인 체육계 쇄신안을 발표하기로 했다.

이숙진 여가부 차관은 이날 브리핑을 열고 “체육단체, 협회, 구단 등의 사용자나 종사자가 성폭력 사건을 은폐 축소하면 최대 징역형까지 형사처벌될 수 있도록 관련 법령 개정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경기 단체에 등록되지 않은 인원까지 포함해 학생 선수 6만3000명을 대상으로 성폭력 피해 여부를 전수조사하기로 했다. 또한 체육계의 도제식, 폐쇄적 운영시스템을 고려해 피해자가 안심하고 상담 받을 수 있는 익명 상담창구를 설치하기로 했다.

여론 잠재우기용 땜질식 처방으론 공고한 ‘체육계 카르텔’을 무너뜨리기엔 역부족이란 지적이 나온다. 체육계는 학연 지연 혈연으로 똘똘 뭉쳐 있으며 절대 권력을 휘두르는 코치와 감독이 선수의 장래를 좌우하기 때문에 성폭력 같은 인권침해 사례가 외부로 잘 드러나지 않아 왔다. 하지만 정부 대책은 늘 겉돌아 왔다. 이번에도 당국은 여론 눈치를 살피다 대통령이 나서자 부랴부랴 대책을 수립하는 모습이다.

컨트롤타워인 여가부는 지난 8일 심석희 선수의 폭로가 터진 뒤 사흘이 지나서야 공식회의를 열었다. 피해 선수를 지원하기 위해 해바라기센터와 같은 성폭력 관련 시설을 연결해주고 있지만 문화예술계 미투가 터졌을 때와 마찬가지로 센터 종사자들이 체육계 특성을 파악하지 못해 대응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교육부도 당초에는 학생선수 전수조사에는 부정적이었다가 입장을 바꿨다.

이도경 김영선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