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솔 게임이 취미인 직장인 임현준(29)씨는 종종 서울 용산 전자상가를 찾는다. 새로 나온 게임도 시연해 볼 수 있고, 필요한 장비를 눈으로 확인하고 만져본 뒤 사는 걸 좋아하기 때문이다.
구매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하지만, 결제는 온라인으로 한다. 오프라인 매장이 운영하는 온라인 마켓에 들어가 현장 직원이 보는 앞에서 결제한 뒤 택배 배송 대신 그 자리에서 바로 물건을 받아가는 식이다. 임씨는 17일 “요즘은 매장을 방문해도 온라인숍에서 카드 결제하는 식으로 대부분 바뀌었다. 쿠폰을 많이 넣어주거나 포장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 직접 매장에서 사는 걸 선호한다”고 말했다.
‘온라인 쇼핑 100조원 시대’가 열린 가운데 오프라인 매장도 변신을 시도하며 반격에 나서고 있다. 임씨처럼 매장에서 직접 물건을 만져보고 사는 걸 선호하는 소비자층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전자제품이나 가구 상가는 ‘매장의 쇼룸화’로 살 길을 모색하고, 로드숍은 오픈마켓에 입점해 활로를 넓히고 있다. 온라인에서 입지를 다진 뒤 백화점에 진출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가구업계도 전자상가처럼 매장을 쇼룸처럼 운영하는 곳이 적잖다. 경기도 하남에서 가구매장을 운영하는 김모(52)씨는 “가구단지에서 대부분 온라인숍도 함께 운영하고, 매출은 사실상 온라인숍에서 올린다. 최종 구매는 온라인에서 하더라도 물건을 직접 보고 판단하는 걸 선호하는 소비자가 많다보니 오프라인 매장도 계속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쇼핑몰도 오프라인 업체와 결합해 시너지를 노리고 있다. 11번가는 지난해 서울 가로수길·강남·홍대·한남, 경기도 분당, 부산 등 전국의 인기 옷가게를 모아놓은 ‘모바일 로드#(샵)’ 서비스를 시작했다. 길거리 옷가게의 트렌드를 한눈에 볼 수 있고, 모바일로 인기 로드숍 제품을 살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11번가에는 전국 800개 옷가게가 입점해 있다. 지난달 거래액은 서비스 시작 시점인 지난해 1월보다 배 가까이 늘었다고 한다.
오프라인의 전통 강자인 백화점들은 온라인 스타숍을 매장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2017년 말 본점에 편집매장 ‘아미 마켓’을 열었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유명해진 인프루언서 의류 브랜드를 모아 판매하는 매장이다. 월평균 1억5000만원 이상 매출을 올리는 등 효과가 나타나자 지난해 7월 인플루언서 플랫폼 ‘네온’을 오픈했다.
신세계백화점도 소셜미디어 스타 브랜드를 백화점으로 불러 모았다. 2017년부터 온라인에서만 판매돼온 유명 의류 브랜드, 생활용품 브랜드 제품들로 꾸린 ‘신세계 브랜드 서울’ 행사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서 열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트렌드에 민감하고 개성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온라인과 결합해 차별화된 콘텐츠 발굴이 필요하다. 앞으로도 다양한 시도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구매는 매장에서 결제는 온라인에서” 오프라인 매장의 색다른 반격
입력 2019-01-18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