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문위원 파견 중단만으로 재판 청탁 막을 수 있겠나

입력 2019-01-18 04:00
현직 판사인 자문관 파견도 함께 중단하고,
이미 불거진 의원들 재판 청탁 의혹 철저히 규명해 일벌백계해야


국회가 최근 불거진 국회의원 재판 청탁 의혹과 관련, 법제사법위원회 전문위원으로 판사 출신을 임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판사가 파견돼 입법 과정에 관여하는 것이 삼권분립에 위배될 소지가 있고 파견 판사들이 의원들의 재판 청탁의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여론의 지적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늦었지만 바람직한 결정이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공소장에 따르면 국회 파견 판사는 사법부와 의원 간 재판 거래에 있어 메신저 역할을 했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5년 국회에 파견된 판사를 자신의 의원실로 불러 형사재판을 앞두고 있던 지인의 아들에 대한 선처를 부탁했다. 이 판사는 서 의원의 청탁을 임 차장에게 전달했고, 이 청탁은 해당 법원 법원장을 거쳐 재판 담당 판사에게 전달됐다. 재범이어서 실형이 선고될 수 있는 사안이었지만 1심 선고 형량은 서 의원이 부탁한 수준인 벌금형이었다. 재판을 연기해 달라는 부탁은 담당 판사가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청탁이 통했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다. 당시 서 의원은 사법부를 담당하는 법사위원회 소속이었다. 양승태 대법원장의 숙원 사업이었던 상고법원 관련 입법 등에서 도움을 받으려고 사법부가 서 의원 민원에 적극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는 이유다. 전병헌 전 민주당 의원과 자유한국당 이군현·노철래 전 의원은 임 전 차장의 공소장에서 재판 청탁 여부가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회와 대법원은 이번 기회를 입법부와 사법부 간 관계를 재설정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부장 판사 출신인 전문위원 파견을 폐지키로 한 것은 평가할 만하지만 그것만으로 재판 청탁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현직 판사인 자문관 파견 중단은 추후 결정하겠다며 미적거리고 있다. 서 의원이 재판을 청탁한 판사는 자문관이었다. 국회와 대법원은 자문관 파견까지도 완전 폐지해 유착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

재판 청탁 의혹을 받고 있는 의원들에 대한 추가 조사도 필요하다. 국회 차원의 진상 조사는 물론이고 검찰도 수사를 통해 진상을 철저히 가려야 한다. 서 의원은 “억울한 사연을 전달했을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그건 서 의원의 생각일 뿐이다. 검찰은 서 의원을 서면조사만 하고 처벌할 규정이 없어 불기소하기로 했다는데 이는 면죄부를 주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사건을 원점에서 다시 조사해 위법 사실이 드러나면 엄벌함으로써 일벌백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