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던 하늘이 주홍빛으로 물들고, 대초원 위 붉은 태양이 떠오른다. 때마침 사방에서 모여드는 동물들. 기린이 무대 위를 유유히 거닐고, 가젤과 얼룩말이 그 사이를 뛰어다닌다. 객석 사이로 거대한 코끼리까지 등장하자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진다. 뮤지컬 ‘라이온 킹’의 감격적인 시작이다.
주제곡 ‘생명의 순환(Circle of Life)’에 맞춰 펼쳐지는 오프닝은 관객들을 순식간에 아프리카 정글로 데려다 놓는다. 전 세계 흥행 1위 뮤지컬의 위엄을 실감하게 되는 순간이다. 지난해 말 한국에 상륙한 ‘라이온 킹’이 대구를 거쳐 지난 9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개막했다.
이야기 구성은 동명의 디즈니 애니메이션(1994)과 같다. 아기 사자 심바가 아버지 무파사를 죽인 삼촌 스카에 맞서 동물의 왕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린다. 원작과 차별화되는 건 극을 관통하는 철학적 메시지다. ‘생명은 순환한다’는 주제의식을 부여함으로써 극을 한층 다층적으로 만든다.
상상력과 창의력의 끝을 보여주는 무대예술은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연출 줄리 테이머의 천재적 감각에 감탄하게 된다. 모든 장면에서 무대와 의상, 조명 디자인이 완벽한 앙상블을 이룬다. 특히 별빛이 쏟아지는 밤하늘을 배경으로 한 시퀀스들은 황홀감을 자아낸다.
가장 인상적인 건 퍼펫(puppet·동물을 표현한 가면이나 인형)을 착용한 배우들이다. 전신을 가리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동물의 외양과 몸짓을 구현해낸다. 이는 ‘사람’의 이야기라는 걸 강조하기 위해 구상한 코스튬인데, 어느 순간 배우와 캐릭터가 혼연일체 된 듯한 느낌이 든다.
음악도 빼놓을 수 없다. 엘튼 존과 팀 라이스가 작곡과 작사를 맡았고,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레보 엠이 아프리카의 정신을 불어넣었다. ‘영화 음악의 대부’ 한스 짐머 등도 참여했다. 흥겨운 리듬에 몸을 맡기면 150분(인터미션 포함)이 눈 깜짝할 새 흐른다.
공연을 관람하는 동안은 마법처럼 온갖 근심 걱정이 잊힌다. 친구가 된 심바에게 티몬과 품바가 가르쳐준 이 주문이 통하기라도 한 걸까. “하쿠나 마타타(괜찮아)!” 지방 공연 사상 기록적인 흥행을 거둔 대구에 이어 서울에서도 매진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공연은 오는 3월 28일까지.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라이온 킹’ 환상적 무대에 탄성이… 그저 황홀한 150분 [리뷰]
입력 2019-01-18 0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