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최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만난 음악평론가 미묘(본명 문용민·41)의 분석은 다음과 같았다.
“K팝은 해외 팬들에게 불편함을 주는 음악이에요. K팝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다가 한국의 아이돌이 연예기획사에서 만들어낸 상품인 경우가 많다는 걸 알게 되면 거리감을 느끼게 되죠. 하지만 BTS는 그런 불편함을 주지 않는 팀이라고 할 수 있어요. BTS는 자기들의 이야기를 하는 그룹이니까요. 시류에 영합하지도 않았어요. 청춘의 아픔을 노래하는 건 한동안 가요계에서 ‘오글거리는’ 소재처럼 여겨졌지만 BTS는 그런 음악을 밀어붙였죠.”
미묘는 최근 자신의 첫 저서인 전자책 ‘아이돌리즘’(에이플랫)을 출간했다. 2012년부터 각종 매체에 기고한 글을 엮은 작품으로 BTS 관련 글엔 이런 대목이 등장한다. “(해외 음악팬들은) K팝의 완벽한 조형미에 열광하면서도 그것이 ‘인공물’ 또는 ‘가짜’라고 하는 인식은 늘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BTS는 조형미와 진정성을 함께 갖춘 솔루션으로 다가왔다.”
미묘는 “출간을 준비하면서 과거에 썼던 글을 다시 보니 기분이 묘했다”며 미소를 지었다. 이어 “과거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데만 치중했다”며 “하지만 꾸준히 쓰다 보니 언젠가부터 ‘재밌게 읽히는 글’ ‘좋은 글’을 고민하게 됐다”고 했다.
서울에서 태어나 프랑스 파리 8대학에서 음악학을 전공한 미묘는 아이돌 전문가다. 유학 중이던 2012년 평론가 활동을 시작해 2014년부터는 아이돌 전문 웹진 ‘아이돌로지’에서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다. 뮤지션의 꿈을 꾸다가 뒤늦게 평론가의 길을 걷게 된 케이스인 셈이다.
“아이돌 음악을 들어보면 흥미로운 부분이 정말 많은데, 과거엔 이런 포인트를 깊이 있게 분석한 글이 거의 없었어요. 편견 섞인 시선으로 K팝을 바라보곤 했죠. K팝을 소재로도 글다운 글을 쓸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어요.”
요즘엔 BTS 외에도 다른 많은 K팝 가수들이 해외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미묘는 “K팝은 오랫동안 해외 음악팬들에게 서브 컬처(하위 문화) 성격을 띤 콘텐츠였다”며 “하지만 지금은 미국 주류 음악시장에서도 서서히 관심을 가질 정도로 위상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K팝이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미묘는 “K팝이 지닌 완결성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뮤지컬에 비교하고 싶어요. K팝은 복합 문화콘텐츠예요. 노래 춤 메이크업 의상 뮤직비디오…. 이런 요소들을 한데 모아놓은 게 K팝의 특징이죠. 하지만 K팝이 세계 음악시장에서 주류 장르로 자리매김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박지훈 기자
“BTS 해외 인기 비결, 조형미와 진정성 다 갖췄다는 거죠”
입력 2019-01-18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