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헌재 견제 목적 ‘매립지 소송’ 재판 개입에 연루”

입력 2019-01-16 21:31

양승태(사진) 전 대법원장이 2016년 대법원에 계류 중이던 ‘매립지 소송’ 개입에 직접 연루된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개입 계획 수립 초기부터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공모했으며 진행 상황을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영장 청구 시 관련 혐의도 반영할 예정이다.

임 전 차장에 대한 추가 기소 공소장에 따르면 양 전 대법원장은 매립지 귀속 관련 소송을 조기 선고해야 한다는 계획을 세우는 과정에서 임 전 차장, 고영한 전 처장과 공모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평택·당진항 매립지 귀속 소송 등 4건을 중복 진행하고 있었다. 검찰은 행정처가 매립지 관할 분쟁에 있어 헌재에 권한쟁의 심판권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만큼 대법원이 조기 선고를 내려 주도권을 잡으려는 의도를 갖고 있었다고 본다.

임 전 차장과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실장은 2016년 10월 헌재와 중복해 대법원에 계속 중인 매립지 귀속 관련 소송에 대해 조기 선고해 달라는 취지의 대외비 문건을 대법원 선임재판연구관에게 전달했다. 이 전 실장은 김현석 대법원 선임재판연구관에게 “해당 문건을 대법원장에게도 보고드릴 테니 매립지 관련 사건들의 검토를 시작하라”는 취지의 이메일을 보냈다. 검찰은 이 소송 조기 선고 추진에 양 전 대법원장이 처음부터 개입됐다고 본다. 검찰은 이를 청구할 구속영장 범죄 사실에 포함시킬 방침이다.

검찰은 당시 행정처가 대외비 문건을 대법원 측에 전달한 것이 헌재를 견제할 목적으로 특정 재판의 판단 권한과 선고 시기에 개입한 것으로 본다. 당시 행정처가 개입한 소송의 주심은 김소영 대법관이었다. 검찰은 김 대법관도 조기 선고 방침에 대해 알고 있었다는 판단이다. 다만 실제 조기 선고가 이뤄지지는 않은 만큼 김 대법관에 대한 조사는 현재로선 검토하지 않고 있다.

한편 공소장에는 전병헌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자신의 친인척이기도 한 임모 보좌관을 선처해 달라는 청탁을 임 전 차장에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임 전 차장은 우선 전 전 의원에게 2015년 4월 임 보좌관에 대한 파기환송심 분석 문건을 작성해 보냈다. 문건에는 “예상 선고 형량은 8개월이고 가벼운 형을 받기 위해서는 보석이 필요하다”는 소송 전략이 포함돼 있었다. 이 과정에서 당시 파기환송심 재판장이었던 김시철 부장판사가 판결 관련 정보를 이메일로 임 전 차장에게 전달한 정황도 파악됐다. 김 부장판사는 임모씨를 보석으로 석방했다가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행정처 전략대로 재판이 진행된 것이다. 검찰은 관련 조사를 위해 김 부장판사를 세 차례 불렀으나 모두 불응했다.

문동성 구자창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