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2·27 全大는 ‘黃의 전쟁’… 당권 경쟁자들 견제 본격화

입력 2019-01-17 04:01
김병준(왼쪽)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국회 본관 한국당 회의실에서 황교안 전 국무총리 입당식을 열며 취재진에게 황 전 총리를 소개하고 있다. 최종학 선임기자

자유한국당에 입당한 황교안 전 국무총리의 다음 달 27일 전당대회 출마가 확실시되면서 당대표 경선을 앞두고 내부 경쟁자들의 견제도 본격화되고 있다. 황 전 총리를 제외한 당권주자들은 16일 한목소리로 “이번 전당대회만큼은 대권주자가 당대표가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특히 황 전 총리와 가까운 일부 의원들이 별도 모임을 가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벌써부터 유력 주자를 향한 줄서기가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황 전 총리는 “어떤 비판과 질책도 당연히 제가 감당해야 할 몫이라 생각한다”는 공개 글을 올렸다.

당권주자인 정우택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대선이 2년 넘게 남은 시점에서 차기 대권주자가 당대표가 되면 또다시 그를 중심으로 당이 사당화(私黨化)되고 당이 분열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2022년 대선 출마를 준비하는 대권주자가 당대표가 될 경우 대권주자로서 지위를 굳히기 위해 측근 위주로 당의 요직을 독식하거나 공천을 할 수 있고, 이로 인해 다시 당이 갈등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얘기다. 주호영 의원도 입장문을 내고 “대권에 뜻 없는 사람이 당권 후보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총리의 조기 등판이 오히려 그의 대권가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 중진 의원은 “황 전 총리가 당대표가 된다 해도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지 못한다면 당대표 자리는 물론 대선주자 위상도 위태로워질 수 있다”며 “보수로서도 유력 대선주자를 잃는 결과가 된다”고 우려했다.

강성 친박(친박근혜)계 당권주자인 김진태 의원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황 전 총리의 입당은 환영하지만 당대표 출마에 앞서 검증부터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황 전 총리는 당이 어려울 때 조용히 계시다가 갑자기 나왔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최근 2년 동안의 행적에 대해 설명해야 한다”는 요구도 했다.

다른 당권주자들의 견제에도 일단 황 전 총리의 당내 주가는 점점 높아지는 분위기다. 그는 이날 예정됐던 외부 강연을 취소하고 한국당 의원들과 비공개 회동하는 등 당과의 접촉면을 넓히는 데 주력했다. 박완수·추경호 의원 등 황 전 총리와 가까운 몇몇 의원들은 전날 입당식 직후 황 전 총리를 만나 전당대회 지원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친황(친황교안) 그룹이 형성되려는 조짐이 보인다”는 지적도 나왔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당 의원 연찬회에서 “친박·비박을 넘었더니 이제 친황이 나오고 있다”고 경고했다.

황 전 총리는 페이스북에 “당 안팎에서 걱정하고 계신 문제들, 저도 충분히 고민하고 있다. 겸손하고 열린 마음으로 걱정 끼쳐드리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글을 남겼다. 이어 “정치 신인 황교안에게 응원과 격려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전당대회 출마설이 제기되는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연찬회에서 “심판이 뛰면 안 된다. 그게 원칙”이라고 하면서도 “판이 커지는 분위기다. 좀 더 두고 보자”며 출마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도 않았다. 비대위원장 임기가 끝난 뒤에도 ‘직업 정치인’으로서의 행보를 이어가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그는 YTN라디오에 출연해 “당을 대표하는 자리에 있었는데 어디 멀리 도망갈 수 있겠느냐”며 “때가 되면 당에서 험지에 출마해 달라든가, 당이 여러 난관에 봉착했을 때 역할을 해 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 일각에서는 최근 한국당이 국회의원 선거구 조직위원장을 인선하면서 서울 강남갑과 종로 등의 위원장 자리를 공석으로 남긴 것을 두고 김 위원장의 총선 출마 가능성과 연결시키는 해석도 나왔다.

이종선 심우삼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