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인은 한국 떠날 때의 그 아이가 아닙니다”

입력 2019-01-16 20:25 수정 2019-01-16 23:47
한국을 방문 중인 팀 홈 세계한인입양인협회(IKAA) 공동회장이 지난 8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입양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입양인들은 어릴 적 한국을 떠날 때의 아이가 아닙니다. 동정할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였으면 좋겠어요.”

지난 8일 만난 팀 홈(62) 세계한인입양인협회(IKAA) 공동회장은 쉴 새 없이 이어진 일정에 조금 지쳐 보였다. 그는 서울에서 오는 7월 있을 IKAA 회합과 한국 출신 입양인들 한국 방문을 준비하느라 분주했다. 회합의 주체인 IKAA는 전 세계 21개국의 한국 출신 입양인 2만여명이 가입된 단체다. 홈 회장이 처음 입양인들의 국내 방문을 도왔던 때가 1992년이니 올해로 비슷한 일을 한 게 28년째다. 지친 기색이었지만 그의 눈은 자신의 도움으로 한국을 찾을 많은 입양인들의 이야기를 할 때면 유독 반짝였다.

홈 회장은 입양에 대한 한국 사회의 인식이 너무 우울하다고 했다. 그는 “한국은 대부분 입양이라고 하면 슬픈 이야기나 엄청난 성공담을 원하는 듯한 분위기다. 하지만 우리는 그저 정체성을 찾으려는 평범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입양인들을 불행을 겪어 시혜를 베풀어야 할 사람들로 보거나 혹은 극소수 성공 신화의 주인공에만 집착하는 걸 삼가 달라는 부탁도 했다. 홈 회장은 “우리는 한국에서 태어난 입양인으로서 한국을 하나의 국가이자 문화로서 자축하기 위해 모이는 것”이라면서 “한국에서 슬픈 기억을 되짚기보다는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스스로의 정체성을 자랑스레 느낄 수 있도록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제 입양인들의 방문 일정은 슬픔과는 거리가 멀다. 이들은 방문 기간 K팝, 게임, 박물관 등 한국의 문화를 즐기고 역사를 배운다. 엿새 동안 열릴 회합에서는 한국에서의 창업이나 취업, 진학 등 현실적으로 한국 사회에 참여 가능한 다양한 통로를 서로 공유하고 배운다. 모든 행사는 입양인에 의해 기획되고 진행된다. ‘입양인을 위한, 입양인에 의한, 입양인의 행사’가 이들의 모토다.

홈 회장이 입양인들의 한국 단체방문을 기획한 건 우연한 계기였다. 젊은 시절 미국 시애틀의 한 입양인 학부모단체에서 자원봉사하다 알게 된 부모들이 자신의 입양인 자녀와 함께 한국을 방문하고 싶어 했다. 몇 차례 고국을 방문한 적이 있던 홈 회장이 흔쾌히 도와주겠다고 나섰다. 그렇게 시작된 입양인들의 한국 여행은 현재 3년마다 입양인과 가족 600~700명이 참가할 정도로 커졌다. 방한한 입양인들은 IKAA 회합에 참가한 뒤에도 길게는 수개월씩 국내에 남아 한국 문화를 체험할 예정이다. 방문 입양인들의 30%가량은 이번이 첫 한국 여행이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