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는 2023년까지 데이터 시장 30조원, 인공지능(AI) 유니콘 기업 10곳을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16일 발표했다. 2016년부터 미국 중국 등이 연이어 ‘AI 육성책’을 내놓자 정부도 ‘한국판 데이터·AI 육성 전략’을 제시한 것이다.
하지만 육성 방안이 기존의 인프라 수를 늘리고 중소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수준에 불과해 ‘뾰족한 대책 없이 목표만 앞세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정부 개입이 없더라도 2023년 데이터 시장 20조원 돌파, AI 유니콘 기업 5곳 배출은 무난할 것으로 전망돼 ‘지나친 생색내기’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6일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주재한 제1차 혁신성장전략회의에서 ‘데이터·AI 경제 활성화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 5~6월 발표한 AI 연구·개발(R&D) 전략과 데이터산업 활성화 전략에 일부 새로운 정책과 정책 목표치를 추가한 것이다. 빅데이터 플랫폼 10개와 빅데이터센터 100개 설립, 중소기업 데이터 구매 지원 등 크게 9개 정책과제를 나열했다.
하지만 나열된 사업들이 목표 달성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계획안에 담기지 않았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목표 수치는 정부 정책이 모두 잘됐을 때 달성될 수 있는 희망 수치”라며 “정책별 효과는 파악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관계자는 “각 사업에 책정된 예산 규모부터 제한적”이라며 “대책을 모두 적용해도 시장이 체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공공데이터 개방 및 효율적 관리’처럼 실효성 논란이 이어지는 정책도 포함됐다. 그동안 정부가 제공하는 공공데이터는 ‘양은 많은데 쓸 게 없다’며 업계로부터 외면받았다. 하지만 정부 대책은 공공기관 데이터를 전수조사해 ‘데이터맵’을 구축하고 수요가 높은 데이터를 ‘국가중점데이터’로 지정해 개방하겠다는 수준에 그쳤다.
과기정통부의 목표 산정 방식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데이터 시장 30조원 목표는 정부가 현 시점의 데이터 시장 평균 성장률 5%를 향후 5년간 15.7% 수준으로 유지한다고 가정해 산출했다. 하지만 이 수치는 올해 빅데이터 시장 성장률이 41.1%에 이를 것이라는 IT 시장 분석기관 KRG의 전망치와 차이가 크다. 업계에서 정부 정책을 신뢰하지 못하는 이유다. AI 유니콘 기업의 경우도 이미 유니콘 기업으로 지정돼 있는 쿠팡과 배달의민족 등 5곳이 AI 관련 매출 50억원, 투자유치 20억원만 올리면 달성할 수 있는 구조다.
정책에 투입되는 예산 규모가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적은 것도 한계로 지적된다. 올해 예산 총 9631억원 중 민간과 직접 관련된 예산은 3500억원 수준이다. 예산 대부분을 차지하는 6000억원은 공공분야 정보 시스템에 빅데이터·클라우드 기술을 적용하는 국가정보화 지능화 전환 사업이다. 5개년 예산으로 책정해 놓은 7조7000억원도 과기정통부의 희망 수치다. 명확한 실행 계획이 없으면 예산 심의에서 삭감될 가능성이 크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
한국판 데이터·AI 육성 플랜, 구체 실행 계획 없이 ‘생색’만 냈다
입력 2019-01-16 20:25 수정 2019-01-17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