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16일 기금운용위원회를 열어 한진그룹에 대한 적극적 주주권 행사 여부를 본격 검토하면서 오는 3월 열릴 대한항공과 지주사 한진칼 주주총회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진 측은 국민연금의 경영참여 여부와 관련해 특별한 반응을 보이진 않았지만 내부적으로 경영권 방어를 위한 전방위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땅콩 회항’을 시작으로 조양호 회장 부인과 세 남매의 각종 갑질 사건사고로 여론이 좋지 않은 점을 감안해 대응에 신중을 기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로선 경영권 침해에 대한 재계 전반의 우려와 반발에 힘이 실리기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이날 기금위는 위원회 산하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에 대한항공과 한진칼에 대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여부 및 범위를 검토하도록 했다. 기금위가 수탁자책임위 논의를 거쳐 주총 6주 전까지 경영 참여를 결정할 경우 주총에서 임원 선임·해임 등의 주주제안을 할 수 있다. 이는 조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 경영권에 제동을 걸고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대한항공 주총에서는 조 회장의 이사직과 또 다른 사외이사의 임기 만료에 따른 재선임 안건이 상정될 가능성이 높다. 한진칼은 석태수 대표를 비롯해 등기임원 4명의 임기가 종료된다. 국민연금이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결정한다면 조 회장 및 일가의 영향력 아래 있는 이사들의 재신임 반대나 신규 이사진 선임 등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한진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한진칼의 지분 구조는 조 회장 일가 28.93%, 국내 사모펀드 KCGI 10.81%, 국민연금 7.34%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 역시 지분 11.68%를 보유해 조 회장 일가(33.35%)에 이어 2대 주주에 올라 있다.
현재로선 오너 지분이 압도적이지만 변수는 KCGI와 국민연금이 손을 잡는 경우다. KCGI는 지난해 말부터 잇따라 지분율을 끌어올리며 한진 및 한진칼 2대 주주로 올라선 바 있다. 강성부 KCGI 대표는 최근 ‘적대적 인수·합병은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오너 일가에 대한 경영 견제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국민연금과 KCGI가 손잡고 복수의 기관 및 소액주주 의견을 모을 경우 조 회장 일가와의 표 대결이 박빙으로 흐를 수 있다. 다만 국민연금은 KCGI와의 연대보다 독자적 판단을 하겠다는 기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재계는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정부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가 개별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날 바른사회시민회의가 전경련 회관에서 개최한 세미나에서 황인학 한국기업법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은 공적 연금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정치권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국민연금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독립성과 책임성 강화 방안이 반영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땐 한진 ‘조양호 거취’ 상정될 수도
입력 2019-01-17 04:05 수정 2019-01-17 19: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