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월 새로 문을 여는 수원고등법원이 차관급인 고법 부장판사들의 희망 근무지로 주목받고 있다. 지방 고법에서 근무 중인 부장판사들뿐만 아니라 서울고법 안에서도 수원고법 근무를 염두에 둔 부장판사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2월 법관 정기인사에서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수원고법 근무를 선호하는 이유로는 일단 접근성과 상대적으로 낮은 업무강도가 꼽힌다. 한 고법의 부장판사는 16일 “분당, 용인에 거주하는 법관들의 경우 교통이 편하고, 서울고법보다 상대적으로 사건이 덜 복잡할 것이란 점에서 희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더 들여다보면 법원 인사와 복잡하게 얽힌 문제라는 분석이 나온다. 기존에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제도’가 있었을 때 고법 부장판사로 승진하는 법관은 2년간 지역 고법의 재판장으로 배치됐다가 이후 서울고법으로 발령이 났다. 이후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다시 전국 각 법원의 법원장을 2년간 맡고 다시 서울고법으로 복귀하는 식으로 지방과 서울고법의 재판장을 순환시켰다.
그런데 고법 부장판사 승진제가 법원의 수직적인 인사 관행과 폐해의 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인사 제도가 바뀌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김명수 대법원은 법원 개혁의 일환으로 지난해 9월 고법 부장판사 승진제를 없앴고, 평생법관제가 정착되면서 퇴직 법관수는 줄었다. 승진한 고법 부장판사를 지방 고법 부장판사로 보내고 지방에서 근무한 고법 부장판사들이 자리가 빈 서울고법 재판장으로 돌아오는 방식이 여의치 않아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에서 가까우면서 새로 재판부가 마련되는 수원고법 쏠림 현상이 생겼다는 분석이다. 수원고법에는 5개 안팎의 재판부가 꾸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고법의 B부장판사는 “지난해 11월 인사 희망원을 쓰면서 수원고법을 앞 순위 지망에 적은 법관들이 꽤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수원고법 신설로 5명 정도의 재판장 자리가 생기긴 하지만, 근본적으로 인사 적체 해소 방안을 고민할 때가 왔다는 의견도 나온다. 차관급 대우를 받고 있는 고법 부장판사는 160여명이다. ‘고등법원 재판장을 부장판사가 맡는다’는 현행 법규정 자체가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A부장판사는 “고법판사(지방법원 부장판사)도 고법에서 재판장을 맡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서울-지방’ 간 인사 적체 해소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서울고법 판사들은 지난 14일 고법 판사회의를 갖고 고법 부장판사와 고법판사로 차등을 두지 않는 ‘대등재판부’를 확대해야 한다는 결의안을 채택해 최완주 서울고법원장에게 전달했다. 이들은 결의안에서 “지위와 기수, 경력이 대등한 3명의 실질적 합의를 통해 수직적·관료적 재판부를 개선해야 한다”면서 대등재판부를 서울고법 전체 62개 재판부(수석부 제외) 중 20% 이상으로 확대할 것을 주문했다. 사실상 12개 이상 재판부의 재판장을 고법판사가 맡도록 해달라는 요구다.
그동안 법원 내에선 고법 부장판사와 배석판사 2명 간 관계가 수직화되고 그 사이에서 실질적 합의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지적이 꾸준히 있어 왔다. 대안으로 고법 부장판사가 재판장을 맡지 않고 같은 고법판사끼리 합의부를 이루는 실질적 대등재판부가 제시됐고, 서울고법은 지난해 8월 서울고법 민사14부를 대등재판부로 시범 운영했다.
안대용 이가현 기자 dandy@kmib.co.kr
고법 부장판사들 너도나도 ‘수원고법’ 근무 원한다는데… 왜?
입력 2019-01-17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