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18일(현지시간) 백악관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친서에 비핵화 조치와 관련한 김정은 위원장의 결단이나 향후 북·미 관계의 큰 그림이 담겨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김 부위원장은 17∼18일 1박2일 일정으로 미국 워싱턴을 방문할 것으로 전해졌다. 김 부위원장을 포함한 북측 인사 3명이 중국 현지시간으로 17일 오후 6시25분 베이징발 워싱턴행 유나이티드 에어라인 항공편을 예약한 사실이 확인됐다. 시차를 고려할 때 미국 동부시간으로 17일 오후 6시50분쯤 워싱턴 덜레스 공항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 최고위급 인사가 워싱턴 직항편을 타는 것은 사상 처음이다. 김 부위원장은 지난해 6월 1일 워싱턴에서 1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을 때 뉴욕을 통해 입국했다. 김 부위원장으로선 이번이 7개월 만의 미국 재방문이다. 2010년 특사 자격으로 방미한 조명록 인민군 차수는 샌프란시스코를 거쳐 워싱턴으로 들어왔다. 김 부위원장의 이번 ‘워싱턴 직행’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이 확정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 부위원장이 예정된 항공편을 이용할 경우 17일 저녁에 도착하는 관계로 특별한 일정 없이 호텔에서 하룻밤을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김 부위원장은 18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 트럼프 대통령과 연쇄 회동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대 관심사는 김 부위원장이 가져갈 ‘김정은 메시지’다. 김 위원장은 친서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 등 구체적인 조치를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평양 연락사무소 개설과 인도적 지원 재개 방안 역시 상정 가능한 시나리오다. 북측은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에 대한 제재 예외 적용 문제를 들고 나올 수도 있다. 미국 정부는 상응조치를 일부 거론할 가능성이 높다. 일단 회동이 이뤄지면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시기와 장소도 조만간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부위원장과 워싱턴행 비행기를 함께 탈 2명의 북한 당국자에게도 관심이 쏠린다. 일단 김성혜 통일전선부 통일전선책략실장과 최강일 외무성 북아메리카국장 직무대행이 유력하다. 이들은 1차 북·미 정상회담 직전 북·미가 싱가포르에서 합의문을 막판 조율했을 때도 배석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동선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최 부상은 김 부위원장의 워싱턴행 항공편 예약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가 스웨덴행 비행기표를 발권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 부상은 지난 15일 기자들을 향해 “스웨덴 국제회의에서 이야기하자”고 말했다. 최 부상의 파트너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도 스웨덴으로 이동해 최 부상과 북·미 실무급 회담을 가질 가능성은 열려 있다.
미국 정부는 김 부위원장의 방미와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여부에 대해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9일째 북한 관련 발언이나 트위터 글을 하지 않고 있다. 국무부는 “현재로선 발표할 회담이나 출장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백악관은 “많은 긍정적인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미국과 북한 사이에 대화가 계속되고 있다”는 원칙론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처음으로 워싱턴 직항 타는 김영철, 18일 트럼프 찾아 김정은 친서 전할 듯
입력 2019-01-17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