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영국… 3월 29일 예정 브렉시트 시한부터 늦출 가능성

입력 2019-01-17 04:00
영국 런던의 의회의사당 광장에 모여 있던 브렉시트 반대 시위대가 15일 밤(현지시간) 하원의 브렉시트 합의안 부결 소식에 환호하고 있다. 시위대는 유럽연합(EU)기를 흔들고 ‘우리는 제2의 국민투표를 요구한다’는 내용이 적힌 플래카드를 흔들며 기쁨을 드러냈다. AP뉴시스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합의안이 영국 의회에서 부결되면서 영국의 미래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한층 짙어졌다. 브렉시트 시한 연기, 유럽연합(EU)과의 재협상, 브렉시트 찬반을 다시 묻는 제2의 국민투표,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떠나는 노딜 브렉시트 등 여러 시나리오가 나온다. 테리사 메이 총리의 정치적 운명 역시 기로에 놓였다.

BBC방송 등은 15일(현지시간) 영국 정부가 지난해 11월 EU와 합의한 ‘탈퇴협정 및 미래관계 정치적 선언’을 놓고 하원이 표결을 한 결과 찬성 202표, 반대 432표로 부결됐다고 보도했다. 정부의 230표 차 대패는 영국 의정 사상 처음이다. 특히 집권 보수당의 반대표만 무려 118표에 달했다.

의회 반대에 부딪힌 영국 정부는 당장 다음 날 불신임투표라는 또 다른 고비를 맞았다. 야당인 노동당이 제출한 불신임안이 의회에서 통과되면 메이 총리는 물러나야 한다. 조기 총선도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보수당으로선 메이 총리가 밉지만 그렇다고 야당에 정권을 넘겨줄 수는 없다는 생각이어서 불신임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낮다.

불신임투표에서 정부 신임을 확인 받으면 메이 총리는 21일까지 ‘플랜B(차선책)’를 발표할 계획이다. 하지만 메이 총리가 어떤 방안을 내놓든 브렉시트 지지와 반대로 양분된 의회를 설득하기란 쉽지 않다.

현재로서는 메이 총리가 3월 29일로 예정된 브렉시트 시한부터 일단 늦출 가능성이 크다. 메이 총리는 그동안 ‘시한 연기는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3월 29일까지 EU와의 재협상, 제2 국민투표, 노딜 브렉시트 등 현실적인 대안들을 준비하기엔 너무나 촉박하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노딜 브렉시트만은 막아야 한다”는 입장인 EU와 영국 정부가 브렉시트 연기 논의를 본격 시작했다고 전했다.

영국 정부가 EU와 재협상에 나설 경우 핵심 이슈는 백스톱(Backstop) 조항이다. 백스톱은 브렉시트 전환 기간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와 영국령인 북아일랜드 사이의 국경 문제와 통관 혼란을 막기 위해 영국을 EU 관세동맹에 잔류시킨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파는 영국이 언제까지 EU 관세동맹에 남아 있을지 알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해 왔다. EU는 내부 반발에 직면한 영국 상황을 고려해 백스톱 발동 기간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영국 의회가 요구하는 브렉시트 합의안 수정에 대해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2차 국민투표 가능성도 나온다. 영국은 2016년 국민투표를 통해 영국의 EU 탈퇴를 결정했다. 여야 가리지 않고 상당수 의원들이 2차 국민투표에 찬성하고 있지만, 메이 총리와 제레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민주주의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킬 것이라며 부정적이다. 노르웨이 모델을 영국 의회가 받아들일 가능성도 있다. 노르웨이 모델은 EU 회원국은 아니지만, EU 단일시장 접근은 허용하는 것으로 일종의 ‘소프트 브렉시트’로 불린다. 다만 노르웨이 모델이 브렉시트를 무의미하게 만들 것이라는 반대 목소리도 거세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영국과 EU 모두의 경제와 사회 전반에 큰 타격을 주는 노딜 브렉시트다. 현재로선 여러 선택지 중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영국 언론은 전망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