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노예 노동’ 못 벗어난 프리랜서 SW개발자들, 10명 중 6명이 상시야근

입력 2019-01-16 18:40

국내 IT 업계에 종사하는 프리랜서 SW 개발자 10명 중 6명은 상시적으로 야근에 시달리고 이 중 8명은 수당을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상당수 개발자들이 계약 당시 업체로부터 ‘신원보증’ 명분의 현금을 요구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산하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의뢰로 지난해 개발자들의 노동 환경을 설문조사한 보고서를 17일 발표한다. 프리랜서 개발자의 고용조건 및 업무환경에 대한 정부 차원의 실태 조사가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장의 프리랜서 개발자 949명이 설문 및 인터뷰에 참여했다.

국민일보가 16일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보고서에 따르면 SW 개발자의 65%는 상시적으로 야근에 시달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야근이 잦다’고 한 응답자 10명 중 8명(81.6%)은 야근수당을 받지 못했다.

일을 하고도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한 이유는 불합리한 계약 형태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프리랜서 개발자 가운데 업체와 정식으로 계약서를 작성하는 경우는 55.7%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필요에 따라 작성하거나(39.5%), 아예 계약서를 쓰지 않았다(4.8%).

계약서가 있는 경우에도 문제는 많았다. 계약서를 작성했다고 말한 응답자 중 39.1%는 근로계약이 아닌 용역계약을 맺었다. 이런 경우에는 야근이나 휴일 수당을 요구할 수 없고 산업재해가 발생해도 보호받을 수 없다. 불법파견 정황도 발견됐다. 하청업체와 계약서를 작성한 개발자 중 절반(51.1%)은 ‘원청의 업무 지휘에 따를 것’을 요청받았다.

일부 업체는 ‘갑’의 지위를 이용해 프리랜서 개발자에게 ‘성실근무 보증’ 명분으로 현금을 요구하기도 했다. 응답자의 14.2%가 평균 360만원을 요구받았다.

프리랜서들 간 업무조건 양극화도 심각한 수준이었다. 특히 하청에 재하청을 거듭할수록 근로조건은 악화됐다. 2차 하청업체 이하이거나 인력파견 사업자와 계약한 프리랜서는 주당 52시간을 초과 근무한다고 답한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아졌다.

조사를 진행한 유재홍 선임연구원은 “프리랜서들 중 절반 이상인 55.5%는 재하청 업체나 직업소개소 등과 계약해 고용이 불안한 상태였다”며 “이 과정에서 임금이나 근무시간에 차별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과거 IT 전문가를 꿈꾸며 공대를 택한 젊은 인재들이 맞닥뜨린 슬픈 현실”이라며 “이번 조사를 토대로 적극적인 보호·육성·진흥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