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간 레이더 갈등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본은 레이더를 맞았다는 초계기(P-1)에 수집된 레이더 주파수 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채 여론전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우리 군 관계자는 16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 14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한·일 양측의 실무회의에서 한국 측은 일본 해상초계기의 레이더 경보 수신기(RWR) 경보음이 울렸는지 물어봤는데 일본 측은 군사보안을 이유로 명확히 답변할 수 없다고 했다”고 전했다. 일본이 초계기에 수집된 추적레이더(STIR) 주파수 특성과 위치, 시간을 공개하지 않은 데다 레이더 조준을 뒷받침하는 다른 정황증거마저 제시하지 않았다는 취지다.
한국 측은 실무회의에서 일본의 저공 위협 비행에 거듭 유감을 표명했다. 만약 일본 초계기가 실제 광개토대왕함에서 쏜 레이더 조준을 감지했다면 현장을 급히 벗어났어야 했는데 오히려 150m 고도로 500m 거리까지 접근해 위협 비행을 한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군 당국의 판단이다. 일본 측은 실무회의에서 레이더 조준을 감지한 뒤 ‘회피 기동’을 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측은 실무회의에 방위성과 통합막료부, 외무성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레이더 조준이라는 전문적인 문제를 따지는 일본이 레이더 분야 전문가를 한 명도 참석시키지 않은 것을 놓고 군 내부에서는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일본이 갈등 해소보다 의도적으로 쟁점을 부각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는 시각도 많다. 일본이 초계기에 수집된 레이더 주파수 특성을 제시하지 않은 채 광개토대왕함의 추적레이더 주파수 전부를 공개하라고 요구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됐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보수층 결집을 위해 갈등을 키우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더 나아가 일본 정부가 배타적경제수역(EEZ) 관리권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본은 이번 사건이 자국 EEZ 내에서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군 관계자는 “광개토대왕함은 독도에서 동북방으로 160㎞쯤 떨어진 한·일 중간수역에서 구조작전을 했다. 우리 해군 함정이 들어가지 못할 이유가 없는 곳”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이날 “한국이 싱가포르 회의와 관련해 ‘일본이 무리한 요구를 했다’고 잘못된 발표를 했다”면서 주일 한국대사관 무관을 방위성으로 불러 항의했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일본이 ‘레이더 갈등’ 해결보다 여론전에만 열 올리는 이유
입력 2019-01-17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