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최대 카헤일링(차량호출) 업체 ‘그랩’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한 현대차그룹이 전기차를 활용한 차량공유 서비스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현대차가 이를 계기로 동남아 전기차 시장과 차량공유 시장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현대차는 최근 전기차 ‘코나EV’로 싱가포르에서 그랩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16일(현지시간) 밝혔다. 동남아에서 전기차를 활용한 차량 호출 서비스를 선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 동남아 소비자들에게 전기차를 경험하게 하고 차량공유 시장에서도 입지를 다져 ‘혁신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어내겠다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의 계산이 읽힌다.
지난해 11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블룸버그 뉴이코노미 포럼’에서 앤서니 탄 그랩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를 만난 정 부회장은 같은 달 외부 업체 투자 금액 중 역대 최대인 2억5000만 달러(약 2800억원)를 그랩에 투자했다. 그랩은 20대의 코나EV로 전기차 서비스를 시작하고 이를 200대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다. 초기 붐 조성을 위해 차량 대여금액도 일반 내연기관 차량과 비슷한 80 싱가포르달러(약 6만6000원)로 책정했다. 싱가포르의 대형 전력 공급업체인 싱가포르 파워 그룹도 그랩 드라이버들이 전기차 충전소에서 30% 저렴하게 차량을 충전 받을 수 있게 하는 등 협력에 나섰다.
현대차는 “코나EV는 1회 충전주행 거리가 400㎞ 이상이고, 급속 충전할 경우 30분 이내 80% 충전이 가능해 카헤일링 서비스에 최적화된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그랩 드라이버들의 하루 평균 운행거리는 200~300㎞가량이다. 하루 종일 충전 걱정 없이 다닐 수 있다는 것이다. 유류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점도 드라이버들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동남아 국가들이 전기차 도입에 적극 나설수록, 차량공유 시장이 커질수록 정 부회장의 ‘신남방정책’은 효과를 거두게 된다. 그랩은 이미 동남아시아 지역 8개국, 235개 도시에 진출해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프로스트앤설리번에 따르면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소속 국가의 소비자 1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83%가 전기차를 인지하고 있었고 37%는 “다음 차로 전기차를 구매할 것”이라고 답했다.
현대차는 향후 전기차를 활용한 차량 호출 서비스를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주요 국가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동남아 전기차 시장 성장 전망에 힘입어 글로벌 자동차 및 화학업계는 현지에 전기차 배터리 생산공장을 짓거나 전기차 관련 투자에 나서고 있다. 독일 자동차 제조사 다임러와 BMW, 일본 토요타자동차는 수년 내 태국에서 배터리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LG화학은 베트남의 첫 완성차 업체 빈패스트와 지난해 전기차 배터리 공급 등 사업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현대차, 동남아 ‘차량 공유·전기차 시장’ 쌍끌이 야심
입력 2019-01-16 20:17 수정 2019-01-16 23: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