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계 경제에 불확실성 더한 브렉시트 합의안 부결

입력 2019-01-17 04:05
2016년 6월 국민투표 이후 질서 있는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추진해 온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의 노력이 사실상 수포로 돌아갔다. 메이 총리가 EU와 어렵게 타결한 브렉시트 합의안이 15일(현지시간) 영국 하원 승인투표에서 230표라는 큰 차로 부결되면서다. EU와의 재협상 시도와 제2 국민투표 등 몇 가지 옵션이 거론된다. 하지만 최악의 시나리오로 불리는 아무런 합의 없이 영국이 EU를 떠나는 ‘노딜 브렉시트(no deal Brexit)’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리스본조약 50조에 따라 영국은 오는 3월 29일까지 EU를 떠나야 한다. 메이 총리의 정치 생명도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노딜 브렉시트가 이뤄질 경우 단기적으로 영국 경제에 큰 충격이 불가피할 것이다. 영국 영란은행은 ‘합의 없는 무질서 이탈’이 될 경우 영국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최대 8% 하락할 것으로 추정했다. 양국 간 통상 규모가 크지 않아 한국 경제가 충격을 받을 가능성은 낮지만 안심해서는 안 된다. 이번 사태가 국제 정치경제 질서의 불확실성을 더욱 높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노 딜 브렉시트가 될 경우 EU의 GDP가 최대 1.5~1.6%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

합의안 부결은 세계를 휩쓰는 반(反) 세계화의 파워를 다시 확인시킨다. 노동당과 보수당 등 기존 정당들이 해법 마련에 실패한 데는 저소득층과 농촌·소도시 주민들의 반 이민 감정을 파고든 극우정당을 무시할 수 없었던 측면이 있다. 브렉시트 강경파들의 주장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린 것이다. 영국 정치를 이끌어온 보수-노동 양당 시스템의 위기가 확연해졌다.

브렉시트 합의안 부결이 단기적으로 영국 경제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음에도 기존 정당들은 해법 마련에 실패했다. 영국의 사례는 EU의 단합과 지속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한·영 자유무역협정(FTA)을 조속히 체결하는 등 이번 사태로 인한 충격 최소화에 나서야 한다. 미·중 무역 갈등과 세계 경기 회복세 둔화로 이미 리스크가 높아진 경제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