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16일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를 열어 산하 수탁자책임위원회에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과 대한항공에 대한 주주권 행사 여부 및 행사 범위를 검토해 보고토록 하는 내용의 안건을 의결했다. 기금위 위원장인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이날 “투명하고 공정하게 주주권을 행사하겠다” “올해는 수탁자 책임을 충실히 이행하는 실질적인 첫해가 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미뤄 주주권을 행사하는 쪽으로 최종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국민연금은 경영권과 관련해서는 중립적인 입장을 취해 왔지만 지난해 7월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 원칙)를 도입하며 경영 참여의 길을 열어놓았다.
공적 연금인 국민연금이 개별 기업의 경영에 개입하는 건 지나친 간섭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이번 건은 한진그룹 오너 일가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땅콩 회항’ ‘물컵 갑질’에 이어 밀수, 재산 국외도피, 탈세 등 비리 의혹이 터져 나와 조양호 회장 일가는 지탄을 받았다. 이는 한진그룹의 신뢰 추락과 계열사들의 주가 하락에도 영향을 줬다. 국민연금이 한진칼의 3대 주주, 대한한공의 2대 주주로서 경영 쇄신을 요구했지만 한진 측은 납득할 만한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오너 리스크’가 국민연금의 경영권 개입을 부른 것이다. 주주권 행사 쪽으로 최종 결정되면 국민연금은 오는 3월 열리는 한진칼과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임원 재신임 등의 안건에 주주권을 행사하게 된다. 조 회장 일가가 최대주주지만 국민연금이 기관투자가 등과 연대하면 경영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
기업 경영의 자율성은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 그러나 경영진의 전횡과 비리로 인해 기업이 큰 손실을 입는다면 얘기가 다르다. 국민연금은 국민의 노후자금을 책임지고 있다. 기금 손실을 막기 위해 적극 개입하는 게 당연하다. 물론 개별 기업에 대한 경영권 참여는 최소화하는 게 바람직하다. 꼭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행사돼야 한다. 국민연금 기금 운용의 가장 중요한 기준은 수익성과 안정성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주주권 행사도 이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정부나 정치권의 입김에 휘둘리지 않도록 기금 운용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데도 힘을 쏟아야 한다.
[사설] 대한항공 상대로 주주권 행사 추진하는 국민연금
입력 2019-01-17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