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지방시대-충남 홍성군] 친환경 넘어 사회적 농업까지…홍성은 농업의 미래다

입력 2019-01-18 04:00
2014년 10월 전국 최초로 ‘유기농업 특구’에 지정된 충남 홍성군은 친환경 농업 선도 지역이다. 농업의 사회적 기능 강화에도 힘을 쏟으며 교육·치유·체험 등 홍성만의 차별화된 농업 비전도 제시했다. 이승복(오른쪽) 홍성군 농업기술센터 친환경기술과장이 지역 어린이들의 농업 교육을 위해 센터 내에 마련된 온실 속 식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홍성=최현규 기자
홍성군 농업기술센터 관계자가 클로렐라 전용배양기를 살펴보고 있다. 홍성=최현규 기자
전국 최초 ‘유기농업 특구’인 충남 홍성군이 친환경 농업의 중심지로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단순히 농약·화학약품을 쓰지 않는 것을 넘어 미생물 농법을 개발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군은 사회적 배려 대상자들을 위한 ‘사회적 농업’ 분야에도 힘을 쏟고 있다. 친환경 농업·사회적 가치의 동시 실현이라는 새로운 농촌 모델을 정립한 홍성군은 이제 미래 농업이 나아가야 할 비전까지 제시하고 있다.

우수한 여건·친환경 노하우 보유

홍성군은 2014년 10월 전국 최초로 유기농업 특구에 지정됐다. 단순 경지면적만 놓고 보면 타 지자체에 비해 넓지 않지만, 전체 농지 면적 대비 유기농업 시행 비율이 80%에 육박할 정도로 높은 수준을 자랑한다.

이는 홍성이 갖고 있는 천혜의 자연환경 덕분이다. 가야산과 덕숭산, 백월산, 오서산 등 산맥으로 둘러싸인 홍성은 과거부터 물이 좋고 지하수가 풍부한 곳으로 유명하다. 또 바닷바람도 적당해 곡식 및 과일, 채소류가 생장하는 데 좋은 영향을 준다. 굳이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아도 농작물이 잘 자라는 환경이 갖춰진 셈이다.

기술을 바탕으로 한 친환경 농업이 본격적으로 정착되기 시작한 것은 1994년 19개 농가가 오리농법을 통한 무농약벼 정식인증을 획득하면서부터다. 이때 시작된 친환경농법에 대한 집요한 탐구는 홍성을 대표하는 ‘클로렐라 농법’을 탄생시키기에 이른다.

현재 군 농업기술센터에서 대량으로 배양중인 클로렐라는 유기농 채소를 만들거나 소의 여물에 섞어 육질을 향상시키는 등 다양한 용도로 쓰인다. 군은 특히 닭에게 클로렐라를 먹여 생산한 ‘클로렐란’이라는 제품을 최근 상표로 등록하며 동물복지까지 챙기고 있다.

이승복 홍성군 농업기술센터 친환경기술과장은 “클로렐라를 먹은 닭이 생산한 달걀은 일반 달걀보다 칼슘과 오메가3 함유량이 높았다”며 “전국적으로 유기농법을 도입하지 않은 지역은 없다. 때문에 홍성은 전국 최초 유기농업특구라는 이름에 걸맞도록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형 다양화로 친환경 농업 비전 제시

다양한 유형의 친환경 농업을 추진해 온 홍성군은 보다 미래지향적인 방법을 시도해 국내 농업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우선 ‘홍성형 친환경농산물 인증제도’를 도입해 인지도를 높여 타 지역에서 생산된 일반 농산물과의 차별성을 확보한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 친환경농산물 기술개발·지원센터를 거점기지로 설립해 연구·교육·인증·학교급식 등을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2021년 이후부터는 한층 세분화된 사업이 진행될 전망이다. 2021~2024년 추진되는 ‘친환경 막걸리 양조사업’은 홍성에서 재배된 친환경쌀을 이용해 고급 막걸리 상품을 출시하는 것이 목표다. 운영은 홍성푸드지원센터 및 농업기술센터에서 양조 방법을 개발해 지역 양조사업자들에게 기술을 이전하는 방식으로 실시될 예정이다.

같은 기간 진행되는 ‘재래시장 내 친환경 로컬푸드 트럭 운영 사업’은 로컬푸드의 선순환 구조를 강화하는 것에 주안점을 뒀다.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이 지역 내에서 우선 소비될 수 있도록 시장 내에서 푸드트럭을 운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각 농가 간 유기적인 네트워크가 필수다. 때문에 군은 2025~2027년 ‘친환경·유기농 농가와 유기축산 농가간 네트워크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이 사업은 사료와 퇴비의 교환 사업을 바탕으로 농가 간 자매결연을 맺고 유대관계를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밖에 군은 지역에서 생산된 친환경농산물을 사용하는 레스토랑·식당 입구에 친환경 지수를 표시하는 ‘로컬 친환경 유기농 지수 표시 사업’을 실시하며 타 지역과의 차별화를 꾀한다는 전략이다. 평가는 로컬·친환경·유기농·농가직거래·신선도까지 5개 영역을 대상으로 하며 총 5등급으로 구분될 예정이다.

홍성형 사회적 농업, 장밋빛 미래 꿈꾼다

홍성군은 이제 단순 친환경 농업을 넘어 사회적 농업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홍성형 사회적 농업의 핵심은 ‘농업은 교과서, 농민은 교사’로 압축할 수 있다. 농산물을 생산에만 국한됐던 기존의 목표와 달리 생산을 포함한 농업과정 전반을 교육·치유·체험 등에 활용하는 것이다.

홍성군 사회적 농업의 허브는 장곡면에 위치한 ‘젊은협업농장’이다. 현재 40여명의 조합원이 참여 중인 젊은협업농장은 청년들이 농업을 배워 독립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이곳에서 1~2년 교육을 받고 독립한 청년들이 인근에 사회적 기능을 하는 농장을 만든 것이 홍성 사회적 농업의 기틀이 됐다.

젊은협업농장 정민철 이사는 “예전에는 알아주지 알았지만 청년들이 열심히 한 덕분에 많은 이들이 인정해주고 있다”며 “도시 소비자들이 과거 농촌에 농산물 생산만을 바랐다면, 최근에는 농촌만이 가능한 공익적인 일을 해주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젊은협업농장에서 출발한 농장들은 다양한 영역에서 결실을 맺고 있다. 일례로 충남광역정신건강증진센터를 통해 단체 신청자만을 받는 ‘행복농장’은 농업의 치유기능에 초점을 맞췄다. 만성정신질환자의 경우 자립 프로그램을, 미혼모·노숙자·자살유가족 등에게는 심리 치유 프로그램을 교육하는 식이다.

정 이사는 “우리나라는 농장 규모가 작아 농장을 연계해 마을단위로 사회적 농업을 실시한다”며 “유럽 전문가들이 홍성군을 찾아 왔을 당시 이것을 아주 재미있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우리만의 독자적 모델인 만큼 홍성형 사회적 농업의 미래는 밝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국내 사회적 농업은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사회적 농업에 대한 수요와 적용 영역은 점점 넓어지는 추세다. 때문에 홍성군은 농업인들의 역량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진정한 의미의 사회적 농업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뛰어난 실력을 갖춘 ‘농업인 교사’가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정호 홍성군 농업기술센터 농촌자원팀장은 “현재 전국적으로 농촌체험지도사를 양성하는 곳이 많다. 하지만 홍성군은 아동요리교육·응급처치교육 등의 교육과정을 도입해 진정한 의미의 지도사를 양성하고 있다”며 “단순 서비스 위주의 교육을 넘어 현장에 맞는 ‘농업인 교사’를 육성한다는 것이 다른 지역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말했다.

홍성=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