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몸집 2배 불린 ‘카뱅의 뚝심’ “수익보다 네트워크”

입력 2019-01-17 04:00

2017년 7월 출범한 인터넷 전문은행 카카오뱅크의 수신이 10조원을, 여신은 9조원을 넘어섰다. 예치한 예금과 빌려준 대출이 지난해 말에 비해 모두 배로 늘었다. 여타 시중은행과 비교하면 아직 미미한 규모지만 점포 없이 비대면으로만 영업한 결과로서는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국민메신저 ‘카카오톡’과의 연계성, 복잡한 것을 싫어하는 금융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한 결과로 해석된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말 기준 수신 잔액이 10조8116억원, 여신 잔액은 9조826억원이 됐다고 16일 밝혔다. 5조원대 수신, 4조원대 여신을 기록했던 2017년 말에 비해 꼭 2배 규모다. 출범 첫날 18만명이던 고객은 지난해 말 현재 769만명으로 늘었다. 카카오뱅크 체크카드는 647만장이 발급돼 사용되고 있다.

카카오뱅크 측은 “별다른 광고나 영업 없이도 하루에 8000개가량의 계좌가 새로 열리고 있다”고 했다. 모바일 이용도가 높은 젊은 연령대가 카카오뱅크의 주 고객층이다. 20, 30대는 전체의 3분의 1가량, 40대는 20%가량이 고객이 됐다고 카카오뱅크는 파악하고 있다.

인터넷 전문은행의 ‘형님’ 격인 케이뱅크에 비해서도 괄목할 만한 이러한 성장세는 아무래도 카카오톡 효과다. 스마트폰 메신저를 활용하는 것과 똑같은 간편함으로 은행 업무를 해결할 수 있다는 특성이 금융소비자를 자극했다. 메시지를 보내듯 쉽게 송금할 수 있도록 만든 게 대표적이다. 카카오뱅크를 쓰면서 착오송금(돈을 잘못 보내는 것)이 10분의 1가량으로 줄었다는 자체 연구 결과도 있다.

많은 정보를 직관적으로 시각화한 네이티브 앱 화면은 반응이 좋았다. 메뉴 구성을 단순화해 집중도를 높였는데, 금융소비자들의 결정장애를 해소시켰다는 평가가 나왔다. 게임을 하듯 고객들에게 카카오톡 캐릭터를 지급한 26주 적금 상품은 출시 1개월 만에 50만 계좌를 돌파했다. ‘카톡 단체방’ 같은 원리로 만든 모임통장은 지난 7일 이용자 100만명을 돌파했다.

카카오뱅크 고위 관계자는 “‘팬심’이 생기게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팬심의 대가는 책임이다. 카카오뱅크는 보안부터 송금수수료에 이르기까지 많은 부분에서 은행이 책임지는 영역을 넓혔다. 카카오뱅크는 공인인증서와 현금자동화기기(ATM) 수수료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은행이다.

이 같은 전략은 적자로 돌아오기도 했다. 인터넷 전문은행의 성장세를 눈여겨보면서도 “결국은 흑자가 나야 하지 않느냐”는 평가가 뒤따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카카오뱅크는 “지금은 수익에 집착하기보다 고객 네트워크를 넓힐 시간”이라는 입장이다. 일단 ‘플랫폼’이 된 이후에는 어떤 사업이든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게 카카오뱅크의 생각이다.

카카오뱅크가 준비하는 ‘연계대출’은 그런 차원에서 주목된다. 카카오뱅크는 대출 심사를 통과하지 못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저축은행, 캐피털사 등을 소개하는 서비스를 구상 중이다. 카카오뱅크를 통한 신용정보 서비스 가입자가 180만명을 넘긴 데서 주목한 아이템이다. 카카오뱅크의 소개를 받고 찾아온 고객들에게는 저축은행 등이 대출금리 혜택을 제공한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적자 폭은 점점 줄고 있다”며 “여신 성장세를 유지하면서 경기가 둔화되는 만큼 충당금 관리에도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