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컷] 세계 12개국 여권에 담긴 흥미로운 비밀

입력 2019-01-19 04:02

캐나다 청년 테리 폭스는 만능 스포츠맨이었다. 하지만 열여덟 살 나이에 암 판정을 받으면서 수술대에 올랐고, 암세포가 온몸으로 퍼지는 걸 막기 위해 오른쪽 다리를 절단해야 했다. 하지만 그는 좌절하지 않았다. 노력하면 그깟 암은 극복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해내고 싶었다. 스물한 살이던 1980년 4월 12일, 그는 무모한 도전에 나섰다. 항암 연구 기금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홀로 국토를 횡단하는 마라톤 이벤트를 벌이게 된다. 당시 폭스가 목표로 삼은 거리는 무려 8000㎞. 폭스는 하루 평균 42㎞를 달렸다.

폭스의 마라톤 이벤트는 알음알음 알려졌고 어느 순간부터 캐나다 전체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해 9월 1일 그는 달리기를 멈춰야 했다. 143일간 총 5373㎞를 달렸을 때였다. 더 달리고 싶었지만 폐까지 전이된 암세포 탓에 더 이상 마라톤을 하는 게 불가능했다.

그리고 폭스는 이듬해 6월 숨을 거뒀다. 하지만 캐나다인들의 가슴에 그는 여전히 살아 있다. 저 사진은 캐나다 여권 31쪽에 담긴 폭스의 동상이다. 안간힘을 쓰며 달리는 폭스의 생전 모습을 본뜬 저 동상은 현재 캐나다 수도 오타와의 국회의사당 인근에 세워져 있다고 한다.

‘비행하는 세계사’에는 이렇듯 세계 12개국 여권에 담긴 흥미로운 사례가 빽빽하게 실려 있다. 20년 넘게 출입국 관리 공무원으로 일한 저자 이청훈(51)씨는 여권에 담긴 다채로운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 책을 펴냈다고 한다. 독자들은 허투루 보고 넘길 수 있는 여권에 얼마나 흥미로운 비밀이 담겨 있는지 실감하게 될 것이다.

박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