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의미 있게 살기 위해선 목적이 필요하다. 나에게도 목적이 있다. ‘인생이란 살 가치가 있다’는 확신을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고 삶의 소중함을 나누는 것이다.
새해가 시작되면서 목적이 이끄는 삶을 사는 이들이 쓴 책을 읽었다. 외상 외과 의사 이국종의 ‘골든아워’와 정신과 의사 정혜신의 ‘당신이 옳다’이다. 두 책 모두 삶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도록 만들어 줬다. 독서를 하면서 저자들의 차이점도 알게 됐다. 같은 의사지만 한 명은 망가진 육체를, 다른 사람은 망가진 정신을 치료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책을 읽을수록 공통점이 느껴졌다.
두 사람 모두 생명에 대한 무한한 존중심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눈길을 끌었다. 한 사람은 죽음의 문턱까지 간 사람을 다시 삶의 자리로 데려오는 일을 한다. 다른 사람은 삶이 죽음처럼 여겨지는 인생에 한줄기 빛을 선사하고 있었다. 그들에게 있어 사람의 명(命)과 생(生)은 그 어떤 상황이나 조건보다 우선한다. 사람은 살려야 하고 인간은 인간답게 살아야 한다. 모든 생명은 그 자체로 고귀하고 모든 인생은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한다는 게 이들이 주는 교훈이다.
죽어 마땅한 사람은 하나도 없다. 버림받아 마땅한 사람 역시 없다. 이들의 글을 읽다 보면 생명의 소중함과 고귀함을 뼛속까지 느낄 수 있다. 사람을 살리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가슴 깊이 깨닫게 된다.
둘 다 사람의 곁으로 다가가서 일한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사람을 살릴 기회가 많아져서다. 의사는 엘리트이다. 궂은일을 하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이들은 자발적으로 힘든 길을 택했다. 고통받는 사람의 몸을 꿰매고 마음을 보듬어 안는 삶을 사는 것이다.
우리는 삶 속에서 가까이 있는 이들을 찌르고 상처 주며 살아간다. 그런데 이들은 그와는 반대의 삶을 산다. 육체든 정신이든 만신창이가 된 사람들을 돕고 함께 있어 준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까. 그런데도 그런 이들 곁에 있으려는 이유가 궁금하다. 누군가가 곁에서 돕고 위로하고 치료하지 않으면 상처받은 이들이 곧 죽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자신을 쳐서 이웃을 세우는 저자들의 삶은 아름답다.
묵묵히 자기 일을 하는 두 사람의 모습도 감명 깊었다. 둘 다 국가의 시스템과 사회가 보는 시선, 다른 사람의 평가를 아랑곳하지 않았다. 소처럼 우직하게 맡겨진 사명을 감당하는 이들이었다. 누구의 방해나 지지, 상황의 좋고 나쁨, 일의 쉬움과 어려움을 구분하지 않는다. 물론 명성을 얻었고 여러모로 지지하는 이들도 생겨났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그런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묵묵히 그 길을 걷다 지금에 이르게 된 것이다. 어쩌면 우리 사회는 이런 이들에 의해 지탱되는지도 모른다. 매일 주어진 업무를 일상적으로 해내는 사람들 말이다.
끝으로 두 사람 모두 분명한 원칙을 갖고 사명을 감당했다. 그리고 최대한 자신들이 세운 원칙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그 원칙은 오랜 세월 동안의 연구와 수많은 경험을 통한 확신에 뿌리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매정한 원칙주의자는 아니다. 상대방보다 자신에게 엄격했다. 그 원칙이 언제나 사람을 살리기 위해 작동하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땀과 눈물로 한 자 한 자 눌러쓴 그들의 메시지는 원칙이 있었기에 공정하고 권위가 있는 게 아닐까. 원칙에 따른 삶이 녹여져 있는 이들의 주장은 늘 설득력이 있다. 책만 읽고 그들의 삶을 다 이해할 수는 없다. 하지만 책을 통해 엿보이는 그들의 모습이 세파에 휘둘리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건 결국 이들이 스스로 정한 원칙을 자신에게 엄격하게 적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됐다. 인생이 고귀한 것은 시작과 끝이 있어서 아닐까. 그리고 그 사이가 생명으로,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생명으로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생명과 삶의 가치를 새롭게 알려줄 수 있는 한 해가 되길 소망한다. 무엇보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의 생명과 삶이 세상 그 어떤 것보다 더 소중하다는 사실도 깨닫길 바란다.
우병훈(고신대 신학과 교수)
[시온의 소리] 삶의 의미를 알려주는 두 사람
입력 2019-01-17 0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