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신한울 공사 재개는 정책과 모순, 최저임금 차등 적용 실현 가능성 의문”

입력 2019-01-16 04:00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기업인과의 대화’ 행사에 참석한 이재용(왼쪽 두 번째)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오른쪽 두 번째) SK그룹 회장, 서정진(맨 오른쪽) 셀트리온 회장 등과 함께 청와대 경내를 산책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인 128명은 할 얘기가 많았다. ‘2019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기업인들은 최저임금과 주52시간 근로제 문제, 탈원전 정책 등 정부 정책을 성토했고 정부는 정책 정당성과 실효성을 내세우며 완강히 맞섰다. 남북 경협과 미세먼지 대책 등 현안에 대한 논의도 진행됐다.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한철수 창원상의 회장은 “신한울 3, 4호기 원전 공사 중지로 원전 관련 업체들이 고사 위기에 있다”며 “진입장벽이 매우 높은 산업 특성상 한번 무너지면 복원이 불가능하다. 3, 4호기 공사 재개를 요청드린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재생에너지 비율을 확대하는 정책 방향은 전 세계적 추세”라며 “신한울 3, 4호기 공사 재개는 정부 정책 전반과 모순된다”고 일축했다. 문 대통령도 “현재 전력설비 예비율이 25%를 넘는다. 건설 중인 원전 5기가 준공되면 전력설비예비율은 빠르게 늘어날 것”이라며 “에너지 정책 전환 흐름이 중단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기술력과 국제 경쟁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정부가 업체의 어려움에 귀 기울이며 지원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성기학 영원무역 회장은 “최저임금은 지역과 업종별 차등 적용 노력이 필요하다. 주당 52시간 근로시간도 법적 일괄 금지는 기업에 많은 부담이 된다”며 “생태계가 무너지면 전후방 산업이 다 무너진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최저임금 차등 적용 문제는 지역과 업종을 분류하는 과정에서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많이 든다”고 부정적 답변을 내놨다. 주당 근로시간 문제에 대해서는 “유연성을 보완하기 위해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논의를 통해 국회 법안을 처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박용후 성남상의 회장은 “북한은 중국과의 우호관계 영향으로 남북 경협보다 중국 동북 3성과 경협을 할 가능성이 더 크다”며 남북 인프라 표준정비 사업 등을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국제 대북 제재가 풀리면 중국과 치열한 경쟁을 하게 될 텐데 우리가 우위를 점하도록 잘 준비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최태원 SK 회장은 혁신성장을 가로막는 실패 기업인의 재기불능 문화, 혁신 비용 저감, 인재 양성, 사회적경제 지원 등을 복합적으로 거론했다. 그러면서 “지난번에 이 말씀을 드린 지 햇수로 거의 2년이 다 돼간다”며 “사회적기업 관련 법들이 진행이 안 되고 있다. 구상을 밝혀 달라”고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실패를 용인할 수 있어야 한다’는 최 회장님 말씀은 굉장히 중요하다”며 실패를 감수하는 연구·개발(R&D) 지원 의사를 밝혔다.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이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 전기·수소차 등에 4년간 5조원을 투자하고 몽골의 2700만평 부지에 나무를 심겠다”고 밝히자 문 대통령은 “3일째 최악의 미세먼지가 지속되고 있는데 미세먼지 관련 대책이나 아이디어를 들어보고 싶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소신 행정을 막는 감사원의 고강도 정책 감사에 대한 불만, 공공임대아파트 100만 가구 건설 계획 조기 시행 촉구 등 기업인 17명의 질의가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300인 이상 기업은 청년들이 가장 선호하는 좋은 일자리”라며 참석 기업의 고용 창출도 당부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