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14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는 주적 개념을 삭제한 ‘2018 국방백서’를 발간했다. 김영삼정부 시절인 1995년 국방백서에 이 표현이 처음 등장한 이후 기재와 삭제를 반복하다가 현 정부 들어 다시 사라진 것이다. 지난해 육상·해상·공중에서의 남북 간 적대행위 금지를 명시한 9·19 군사합의 체결 등 급변한 남북 관계를 반영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직전 버전인 2016 국방백서에선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었던 주적 표현이 이번에 ‘북한의 대량살상무기는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대한 위협’으로 대체됐다. 백서에는 또 지난해 이뤄진 세 차례 남북 정상회담 등을 근거로 ‘남북 간 군사적 긴장완화와 신뢰구축을 위한 기반이 마련됐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2018 국방백서에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킬체인(Kill Chain), 대량응징보복(KMPR)이라는 용어도 사라졌다. 국방부는 지난해 4월부터 국방백서 작성을 시작했으며 내부 윤독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검토 등을 거쳤다. 군 관계자는 “주적 표현에 북한을 포함시킬지에 대한 여론조사를 해본 결과 찬반 여론이 박빙으로 엇갈렸다”고 전했다.
보수진영은 군사적 대치 상황을 유지 중인 남북 관계 특수성뿐 아니라 아직 실질적인 비핵화를 이루지 못했다는 점을 이유로 성급한 조치라고 반발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현 정부 안보해체의 마침표”라고 비판했다.
‘북한=적’ 표현이 사라진 대신 적 개념은 더 넓어졌다. 백서엔 ‘우리 군은 대한민국의 주권, 국토, 국민, 재산을 위협하고 침해하는 세력을 우리의 적으로 간주한다’고 돼 있다. ‘잠재적 위협과 테러, 사이버공격, 대규모 재난 등 초국가적·비군사적 위협에 대한 대응능력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는 문구도 들어 있다.
‘북한은 주적’이라는 표현은 1994년 3월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간 실무접촉에서 북측 박영수(2003년 사망) 대표가 “전쟁이 일어나면 서울이 불바다가 되고 만다”는 발언을 계기로 처음 사용됐다. 노무현정부 출범 이후인 2004년 출간된 국방백서에서 주적 표현이 처음 삭제됐으며 이명박정부 출범 이후의 국방백서에도 주적 표현은 없었다.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는 문구는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 사건 이후 발간된 ‘2010 국방백서’부터 ‘2016 국방백서’까지 유지돼 왔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北=주적’ 표기 정권 입맛 따라 넣고 빼고… ‘25년 부침’
입력 2019-01-15 1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