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김정은 벤츠파…트럼프·시진핑·아베 국산차파

입력 2019-01-19 04:01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외교의 봄’이 다시 찾아올 조짐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7~10일 베이징을 찾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한 것을 시작으로 한반도 핵심 당사국인 남·북·미·중·일·러 정상들은 올해도 바쁘게 움직일 것으로 전망된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치러질 경우 김 위원장의 역사상 첫 서울 방문도 가시권에 들게 된다. 정상외교 일정이 바쁘게 돌아가면서 정상들의 전용차 외교도 빛을 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상 전용차는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자국의 경제력과 권위를 과시하는 도구로 적극 활용되고 있다.

남북 정상 모두 벤츠 애용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벤츠를 애용한다. 문 대통령의 차량은 2017년부터 운행을 시작해 김 위원장의 벤츠보다 신형이다. 청와대는 벤츠 외에 현대자동차가 특수 제작한 방탄차 제네시스 EQ900도 보유하고 있지만 평양 남북 정상회담 등 중요한 일정에서는 벤츠가 주로 쓰이고 있다.

김 위원장의 벤츠는 2010년쯤 도입된 것으로 추정되는 구형 모델이다. 김 위원장의 해외 방문 때마다 모습을 드러낸 이 벤츠는 뒷문에 부착된 황금색 국무위원장 휘장으로도 유명하다. 독수리를 형상화한 대통령 휘장을 뒷문에 그려 넣은 미국 대통령 전용차를 모방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벤츠와 함께 마이바흐 62도 전용차로 이용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외에도 다양한 차량을 갖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0월 방북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만나기 위해 평양 백화원 영빈관을 찾았을 당시 영국산 초호화 차량 롤스로이스 팬텀을 이용해 눈길을 끌었다.

트럼프 전용차는 ‘괴수’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 제일의 강대국 정상답게 전용차도 움직이는 요새를 방불케 한다. 별칭도 괴수라는 뜻의 ‘비스트’다. 길이 5m에 무게는 적게는 7t, 많게는 9t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높이도 상당해서 키가 190㎝로 거구인 트럼프 대통령보다도 살짝 크다. 미국 대통령 전용차와 관련한 구체적인 정보는 비밀에 붙여져 있다. 비스트의 외양은 일반에 판매 중인 캐딜락 리무진과 유사하다. 하지만 크기가 워낙 커서 다른 방탄차량처럼 고급 승용차를 개조한 것이 아니라 아예 처음부터 새로 개발한 차량이다. 총기 공격은 물론 로켓포와 화학 테러도 견딜 수 있어 전차에 필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스트는 긴 길이 탓에 종종 ‘굴욕’을 당하기도 한다. 2016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영국 방문 당시 비스트는 런던 거리에서 유턴을 하지 못해 여러 차례 앞뒤로 움직여야 했다.

시진핑 전용차는 중국의 상징 ‘훙치’

시진핑 주석은 중국산 고급차 ‘훙치(紅旗)’를 전용차로 이용한다. 과거 중국 정상들은 수입 방탄차량을 전용차로 써 왔지만 시 주석 취임 이후 중국이 미국과 더불어 주요 2개국(G2)으로 거론되면서 훙치의 위상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훙치는 중국 최초의 자동차 브랜드다. 1956년 마오쩌둥(毛澤東) 주석 지시에 따라 설립돼 1958년 리무진 차량을 선보였다. 훙치는 중국 공산당의 상징인 붉은 기를 뜻한다. 한자로 훙치라고 새겨진 브랜드 로고는 마오 주석의 친필로 알려져 있다.

훙치는 개혁개방이 본격화된 1990년대 들어 외국산 고급차와의 경쟁에 밀려 한때 사라질 위기에 빠졌다가 2012년에야 상업 생산이 재개됐다. 중국 관료들도 훙치보다는 수입차를 전용차로 사용했지만 시 주석 취임 이후 고위 공직자의 수입차 사용을 제한하면서 훙치는 관용차로서의 지위를 되찾고 있다.

러·일 정상도 자국산 차량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한동안 벤츠 리무진을 탔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2012년 러시아산 대통령 전용차 개발을 지시, 6년 만인 지난해 7월 미·러 정상회담에서 ‘아우러스 세나트 리무진’을 선보였다. 올해부터는 일반 대중에게도 판매된다. 기본 가격이 무려 1000만 루블(약 1억6700만원)이나 되는 고가지만 이미 올해와 내년 생산분까지 예약 완료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일본의 롤스로이스’로 통하는 도요타 센추리와 함께 렉서스 LS를 전용차로 쓰고 있다. 도요타 센추리는 일본 왕실 전용차이기도 하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