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주식 손해 봐도 증권거래세 낸다니 어이 없어”

입력 2019-01-15 19:22 수정 2019-01-15 23:15
이해찬(앞줄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현장 간담회를 가진 뒤 권용원(이 대표 오른쪽) 금융투자협회 회장 등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제공

“주식 투자를 하다 손해를 봐도 증권거래세를 내야 한다.”(금융투자업계)

“어이가 없다.”(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15일 증권사·자산운용사 사장단 등과 가진 현장 간담회에서 증권거래세 개편 문제를 조속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업계와 주식 투자자의 숙원이던 증권거래세 인하·폐지 논의가 급물살을 탈지 관심을 끌고 있다. 기획재정부에서는 세수 감소를 이유로 부정적이다.

이날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업계 대표들은 현행 주식거래 과세체계에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은 “한국의 조세체계는 영국 일본 등과 달리 고도성장기에 만들어져 복잡하다”며 “이에 따른 왜곡 현상으로 시중 자금이 혁신성장과 국민자산 증대로 흐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공감대를 나타냈다. 이 대표는 모두발언 후 진행된 비공개 간담회에서 주식투자를 하다 손실을 봐도 거래세가 부과되는 문제에 대해 “어이가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집권당 대표가 금융투자협회를 방문해 업계 대표들을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증권거래세는 1966년 도입 이후 폐지·재도입을 거쳐 96년부터 현행 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증권거래세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과도한 세금이 증시로의 자금 유입을 막는다는 것이다. 코스피·코스닥시장 주식을 매도할 때 매도금액에 0.3%의 증권거래세가 부과된다. 손실이 나도 세금을 내야 하는 탓에 투자자 입장에서 가장 기분 나쁜 세금이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원칙에 어긋난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국의 증권거래세는 주요국과 비교해 과도한 편이다. 미국 독일 일본은 증권거래세가 없다. 증권거래세가 있는 국가들도 한국보다 세율이 낮다. 중국과 홍콩은 0.1%, 대만은 0.15% 수준이다.

한국은 증권거래세와 양도소득세를 이중과세한다는 문제점도 안고 있다. 중국 대만 홍콩 등은 증권거래세를 매기지만 주식의 양도소득에는 과세하지 않는다. 물론 주식 양도세는 한국에서도 일부 대주주에게만 부과된다. 기재부는 증권거래세와 양도세를 둘 다 내는 비율은 투자자의 0.2%에 불과하다고 설명한다. 증권거래세 수입은 2017년 말 기준 약 4조7000억원이다.

금융투자업계는 간담회를 계기로 증권거래세 인하·폐지 논의에 탄력이 붙기를 기대한다. 이 대표도 간담회에서 “이제는 자본시장 세제 개편을 공론화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증권거래세 인하·폐지 문제는 당정이 조속히 검토해 결론을 내겠다”고 말했다.

나성원 임주언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