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국가책임제 여파… 후끈 달아오른 ‘치매보험’ 시장

입력 2019-01-16 04:01
연초 보험사들의 ‘제1 격전지’로 치매보험 시장이 떠오르고 있다. 중증치매에 그쳤던 보장범위를 경도치매까지 넓히고 가입·만기 연령을 확대한 치매보험 상품이 쏟아진다.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치매라는 질병에 관심이 많아진 데다 치매국가책임제가 자리를 잡자 보험사들이 ‘경도치매 보장공백 메우기’에 나선 것이다. 다만 보장범위가 넓어진 만큼 손해율과 민원 관리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1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KB손해보험과 ABL생명은 전날 치매보험 상품을 내놓으면서 참전을 선언했다. KB손해보험은 진단비(최대 5000만원)를 높이고 가입가능연령을 낮추는 데 초점을 맞췄다. ‘ABL 간편가입 치매보험(무해지환급형)’은 보험료 납입기간 중 계약을 해지했을 때 해지환급금을 주지 않는 대신 매월 내는 보험료를 낮추는 전략을 택했다.

새해 들어 치매보험 시장은 뜨겁다. 동양생명과 DB손해보험, 한화생명 등은 해가 바뀌자마자 앞다퉈 상품을 선보였다. 보장금액이나 가입연령에서 차이는 있지만 심하지 않은 치매도 보장하고 만기를 확대한다는 ‘큰 줄기’는 같았다.

보험사들이 적극적으로 변신하는 배경에는 고령화사회의 보험 수요가 있다.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늘어나는 보험수요 가운데 대표적인 게 치매보험이라는 것이다. 성윤호 한화생명 상품개발팀장은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치매를 겪는 인구도 급격하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60세 이상 치매 환자 수는 2018년 77만명에서 2040년 220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치매환자의 증가 속도도 가파르다. 2012년 조사에서는 ‘치매환자 200만명 시대’가 2041년부터 시작될 것으로 추정됐지만 지난달 발표에선 이 시기가 2039년으로 당겨졌다. 치매환자 1인당 연간 관리비용도 2054만원으로 만만찮다.

치매국가책임제도 보험사들의 치매보험 출시에 영향을 미쳤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한 치매국가책임제가 시행되면서 지난해 중증치매 환자의 의료비 부담비율은 최대 60%에서 10%로 줄었다. 이에 중증치매만 주로 보장해 왔던 보험사들도 보장공백 상태인 경도치매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게 됐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치매국가책임제 이후 국민의 관심이 높아졌고 경도치매를 보장해야 한다는 인식도 생겼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손해율에 대한 우려가 크다. 보험사들이 단기간에 비슷한 상품을 쏟아내면서 리스크 관리를 고려하지 않은 채 경쟁만 과열된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된다. 대부분 치매보험에선 임상치매평가척도(CDR)에 따른 치매 정도를 바탕으로 보험금을 지급한다. CDR 1에 해당되는 경도치매가 치매환자의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손해율이 계속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

민원 관리도 풀어야 할 숙제다. CDR에 따라 보험금이 결정되는 만큼 판정 불복 등의 다툼 여지가 있다. 특히 월 보험료가 비교적 높은 치매보험의 특성을 고려해 출시되고 있는 ‘무해지환급형’ 상품은 주의가 필요하다. 이 상품은 월 보험료가 낮지만 보험료 납입기간 안에 해지하면 환급금을 받을 수 없다. 치매보험은 오래 유지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중간에 보험료 부담으로 계약을 해지하면 환급금과 치매 보장을 모두 받을 수 없어 소비자 불만을 낳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