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은 끝났다. 이제 테리사 메이 총리가 얼마나 비참하게 패배했는지가 관건이다.”
영국 정부와 유럽연합(EU)이 맺은 브렉시트 합의안이 정작 영국 의회에서 부결이 확실시되면서 관심은 오히려 메이 총리의 거취에 쏠리고 있다. 합의안이 100표 이상 차이로 의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 메이 총리가 조기 사퇴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합의안 부결 여부보다 표차가 문제라는 것이다.
노동당을 비롯한 야당 3당과 집권 보수당 의원 100여명, 보수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한 민주연합당(DUP) 의원 70명 등은 하원 승인 투표에 부친 브렉시트 합의안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투표권을 가지고 있는 하원의원은 총 639명으로, 이미 반대 의사를 밝힌 의원들은 400명에 달한다. 나머지 239명이 모두 찬성한다 해도 표차는 160표를 넘는다.
영국 의정 사상 최대 부결 표차는 1924년 노동당 소속이었던 램지 맥도널드 전 총리 당시 기록했던 166표다. 이후 하원에서 부결 표차가 100표 이상으로 벌어졌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브렉시트 합의안이 95년 만에 최악의 표차로 좌초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맥도널드 총리 당시 집권 노동당 의석수는 200석도 되지 않았다.
메이 총리의 앞날은 더욱 험난하다. 총리실은 브렉시트 합의안이 세 자릿수 이상 표차로 부결될 경우 메이 총리가 조기 사임할 것인지 묻는 질문에 부인하지 않았다고 일간 텔레그래프가 내각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브렉시트 협상을 주도한 메이 총리가 투표 결과에 책임을 지고 스스로 물러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한 소식통은 “메이 총리가 100표 이상 차이로 패배하면 총리직 수행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메이 총리에 대한 야당의 압박 수위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노동당은 메이 총리가 자진 사퇴하지 않으면 총리 불신임안을 제출하고 조기 총선을 요구하겠다는 입장이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하원 연설에서 “합의안 부결 즉시 조기 총선이 열려야 한다. 새롭게 구성된 정부가 EU와의 브렉시트 협상을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메이 총리는 가장 무모한 길을 걷고 있다”며 “그는 완벽하게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 합의안을 재검토해 달라고 하원의원들에게 마지막으로 호소했다. 그는 하원 연설에서 “역사가 써질 때 국민들은 하원의 결정에 대해 여러 질문을 할 것”이라며 “EU를 떠나고자 하는 국민투표의 결과를 이행했는지, 영국의 경제와 안보를 지켜냈는지, 국민을 실망시켰는지 말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노딜 브렉시트(no-deal brexit·영국이 합의 없이 EU를 떠나는 것)는 영국을 분열시킨다”며 “합의안은 완벽하진 않지만 투표가 부결되면 국민들은 실망할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
“브렉시트 100표차 이상 부결 땐 메이 퇴진”
입력 2019-01-15 18:57 수정 2019-01-15 2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