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내세워 무분별 공격… 영적 위기 자초

입력 2019-01-16 00:00
오정현 사랑의교회 목사 반대 측이 매주일 서울 서초구 구 예배당에서 사용하는 기도회 주보. 오른쪽은 헌금 대신 받는 후원금 봉투로 오 목사 퇴출을 위한 법률후원 항목에 체크할 수 있도록 했다.

교회갱신·개혁, 성결회복의 어감은 긍정적이다. 그렇다 보니 목회자의 영적 권위에 도전하고 담임목사 퇴출을 시도하는 반대파도 이 단어로 각종 소송을 포장하는 전술을 구사한다.

교회갱신 인사들의 현주소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는 오정현 사랑의교회 목사 반대파 모임이다. 이들은 2013년 3월부터 ‘사랑의교회 본질회복을 위한 갱신공동체’ ‘성결회복을 위하여 기도하는 사랑의교회 성도들’이라는 조직을 꾸리고 서울 서초구 사랑의교회 새 예배당에서 1.8㎞ 떨어진 구 예배당을 점유하고 있다.

이들은 교회법상 징계를 피하고자 매주일 오전 11시 ‘주일마당 기도회’라는 집회를 갖는다. 교회법상 같은 교회에서 담임목사의 영적 지도를 받지 않고 별도의 예배를 개최하면 징계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기도회는 축도만 없을 뿐 설교, 기도, 찬송, 성가대 찬양, 사도신경 낭독, 주기도문송 등 예배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다. 설교는 교회개혁실천연대 박득훈 전 공동대표와 방인성 공동대표 등 외부 인사에게 맡기는데 교파를 초월해 100여명을 초청했다.

신학교에서 예배학을 가르치는 A교수는 15일 “예배학적으로 같은 교회에서 두 개의 제단은 있을 수 없다”면서 “이는 마치 가장을 따르지 않는 몇몇 자녀들이 부친을 배제한 채 옆집 아저씨를 초청해 명절 잔치를 여는 것과 같다. 당연히 정상적인 신앙공동체라 할 수 없으며, 성도 간 화합이나 우애는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새 예배당에서 성찬예배를 드릴 때 구 예배당에 있는 1%의 반대파는 성찬 떡을 거부하는 것과 같다”면서 “이는 반대파가 심각한 영적 위기에 있음을 말해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도회를 열어도 담임목사와 나머지 99%의 성도들에 대한 적개심과 서운함이 있을 텐데 그런 마음으로 예배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반대파는 새벽기도회, 수요기도회, 금요기도회를 연다. 전 성도 여름수련회, 사경회, 순모임, 성경공부, 바자회도 한다. 자체 교인 총회를 열어 운영위원장도 선출한다. 헌금은 ‘후원금’이라는 이름으로 걷는다. 운영후원은 기도회 운영비로, 법률후원은 오 목사 퇴출 등을 위한 소송비용으로 사용한다. 구 예배당을 사용하면서 매달 발생하는 전기료와 가스비, 수도료 430여만원은 오 목사 측에 떠넘긴다.

조직신학을 가르치는 B교수는 “이들은 명칭만 기도회지 사실은 매주 예배를 하는 기형적인 공동체”라면서 “편법으로 기도회를 연다고 하지 말고 떳떳하게 예배한다고 하는 게 오히려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반대파가 주님의 뜻을 진정으로 따르는 공동체라면 사랑의교회에서 분립하는 게 맞다. 노회나 총회도 징계보다 분립의 길을 열어주는 게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나 오 목사 반대 측은 교회분립을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 반대 측의 한 인사는 “기도회든 예배든 다 같은 종교행위”라면서 “우리는 사랑의교회 교인이기 때문에 예배당을 떠날 이유가 없다. 교회분립 의사는 갖고 있지도 않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목사 중심이 아니라 일반 신자 중심의 교회를 꿈꾸기에 축도를 하지 않는다”면서 “목사들이 성경적이지도 않은 축복권을 주장하는데 목사는 신앙의 중심이 아니다. 교회가 정상화되면 목사들이 축도를 하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의 최종 목표는 사랑의교회 갱신에 있다”면서 “오 목사 사임은 우리가 가는 갱신의 길에 있는 작은 목표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글·사진=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