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의 레이더 갈등이 최대 분수령을 맞았다. 한·일 군 당국은 14일 싱가포르에서 장성급 실무회의를 열고 이에 대한 협의를 진행했다. 지난달 21일 일본 측 주장으로 시작해 24일간 지속된 레이더 갈등이 어정쩡한 봉합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 당국자는 이날 회의 후 “양측은 저공 위협 비행 등 주요 쟁점에 대한 사실관계와 양국의 입장을 서로 상세히 설명했고, 오해를 해소하기 위해 의견을 나눴다”고 밝혔다.
핵심 쟁점은 우리 해군 함정이 일본 초계기를 향해 추적레이더(STIR)를 쐈는지 여부다. 일본 측은 광개토대왕함이 지난달 20일 동해 대화퇴어장 인근에서 표류 중이던 북한 어선을 구조하는 과정에서 근접해 있던 해상자위대 초계기에 추적레이더를 두 차례 쏘았다는 주장을 되풀이하며 유감을 표명했다. 반면 한국 측은 추적레이더를 쏜 사실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며 일본 초계기의 저공 위협 비행을 거듭 문제 삼았다.
하지만 양국이 명확한 사실관계를 밝히는 대신 ‘양측이 향후 우발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키로 했다’는 식의 결론을 낼 가능성이 있다. 어느 한쪽이 굽히기 어려운 치킨게임 양상으로 갈등이 깊어졌기 때문이다.
이번 회의를 앞두고 신경전도 치열했다. 한국 측은 회의 장소로 서울을, 일본 측은 도쿄를 제안했고 결국 제3국인 싱가포르에서 회의가 열렸다. 우리 군 일각에선 회의를 일본에서 할 경우 ‘한국 측이 일본을 방문해 고개를 숙였다’는 여론전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는 일본 측 의견에 따라 비공개로 진행됐다. 그럼에도 일본 NHK방송은 이날 “실무회의가 진행 중이며, 일본 측에서 레이더 주파수 기록을 공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일본 측은 회의에서 주파수 정보 등 결정적인 증거를 내놓지 않았고, 한국 측이 수집한 정보를 상세하게 공개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측에서는 이원익 국방부 국제정책관과 부석종 합동참모본부 군사지원본부장이, 일본 측에선 이시카와 다케시 방위정책국장과 히키타 아쓰시 통합막료부 운영부장 등이 회의에 참석했다. 오전 회의는 주싱가포르 한국대사관에서, 오후 회의는 일본대사관에서 저녁 늦게까지 진행됐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韓·日 ‘레이더 갈등’ 최대 분수령… 군 당국, 싱가포르서 장성급 실무 협의
입력 2019-01-15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