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미세먼지 ‘공포’ 확산… 생활·산업지형 지각변동

입력 2019-01-14 19:19
서울 종로구 도심에 설치된 전광판이 14일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발령 소식을 알리고 있다. 이날 출근길 운전자들은 안개까지 겹쳐 시계 확보가 쉽지 않아 애를 먹었다. 뉴시스
직장인 이모(36·여)씨는 세 살 아이가 자는 방에 놓을 공기청정기를 온라인으로 주문했다. 이미 거실용이 있지만 한 대로 부족하다는 생각에 추가 구매했다. 공기정화 식물이나 강제 환기세트(공기청정기를 창문에 연결해 환기하는 시스템)를 들여놓는 것도 고민하고 있다. 이씨는 “바깥 공기는 어쩔 수 없지만 집만큼은 최대한 깨끗하게 만들어야 할 것 같다”고 14일 말했다.

초미세먼지를 피하려는 시민들의 ‘각자도생’이 이어지고 있다. 갈수록 커지는 ‘초미세먼지 포비아(공포증)’는 소비 및 산업 지형에도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보험사들은 초미세먼지에 따른 어린이 호흡기 질환을 보장하는 상품을 내놓는 중이다. 공기청정기 판매량은 2년 만에 배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반면 야외활동 감소, 오프라인 소비위축 등은 가뜩이나 얼어붙은 소비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보험시장은 미세먼지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에 따르면 초미세먼지 농도가 연평균 기준농도(25㎍/㎥) 대비 10㎍/㎥ 증가하면 다음 날 15세 미만 가입자들의 보험금 청구 건수가 75% 늘었다. 15~59세는 106%나 증가했다. 국민 건강은 물론이고, 보험사 손해율에도 미세먼지가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교보생명, 신한생명 등에서는 어린이들이 자주 걸리는 기관지 질환 등 환경성 질환을 보장하는 어린이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봄 초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자 새로 내놓은 상품이다. 성인의 경우 호흡기 질환에 걸렸다면 실손의료보험 등을 통해 보장받을 수 있다.

공기청정기 시장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공기청정기 판매량은 2016년 100만대에서 지난해 200만대로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공기청정기를 여러 대 놓는 가정도 늘고 있다. 거실에만 두던 것에서 벗어나 최근에는 공기청정기를 창문에 연결해 바깥 공기를 직접 걸러주는 강제 환기세트가 주목받고 있다. 회원 9만명이 가입한 ‘미세먼지 대책카페’에는 최근 들어 강제 환기세트 설치와 관련된 글이 하루에도 수십건 올라온다.

기능성 마스크 판매량은 폭증했다. 편의점 GS25에 따르면 일요일인 지난 13일 기능성 마스크 매출은 전주 일요일과 비교해 8배(793%)가량 뛰었다. 공기정화 식물, 코 세척기 등 이색 제품도 불티나게 팔린다.

그러나 미세먼지에 따른 경제 전반의 타격이 더 크다. 일부 업종의 매출 증가로 메꿀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질병뿐만 아니라 노동자 생산성 하락, 관광산업 위축, 오프라인 소비 위축은 피해 규모를 쉽게 추산하기도 어렵다. 지난해 산업연구원은 미세먼지가 일정 농도 이상 증가하면 대형소매점 판매가 약 2% 포인트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요즘처럼 미세먼지가 심하면 사람들이 외출을 자제하게 되고, 소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정부에서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나성원 손재호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