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르익는 2차 北·美 정상회담… ‘빅딜’ 성사될지가 최대 관심사

입력 2019-01-14 19:18 수정 2019-01-15 00:00
사진=AP뉴시스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가 가속을 밟고 있다. 북·미는 물밑대화를 통해 2차 핵담판의 의제를 조율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중동 순방 중인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13일(현지시간) 2차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우리는 세부 사항을 도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CBS방송과 가진 화상 인터뷰에서 이 한 문장만 밝혔다. 다만 더 이상의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의 대략적인 윤곽은 공개된 상태다. 장소는 베트남이 유력하고, 시기는 2월 개최에 힘이 실리고 있다. 남은 관문은 의제 조율이다. 이를 위해 북·미는 이르면 이번 주 중 고위급 회담을 열고 본격적인 의제 협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최대 관심사는 ‘비핵화 빅딜’ 합의 여부다. 영변 핵시설 폐기 등 북한의 진전된 비핵화 조치와 대북 제재 완화 등 미국의 상응 조치를 맞교환하는 것이 핵심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실무단계를 뛰어넘어 ‘톱 다운’ 방식으로 통 큰 합의를 할 수 있다는 낙관적 전망은 꾸준히 제기된다.

변수로 떠오른 것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 문제다. 폼페이오 장관이 지난 11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북·미 대화의 궁극적인 목표는 미국민의 안전”이라고 말한 것이 ICBM 폐기 문제를 재점화시켰다. 이 발언이 전해지면서 미국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보다는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ICBM 폐기 쪽으로 무게중심을 이동시킨 것이 아닌가 하는 관측이 나왔다.

특히 북·미 대화에 대한 회의론이 미국에서 지속되는 만큼 트럼프 행정부로선 구체적인 성과가 필요한 상황이다. 북한의 ICBM 폐기와 미국의 대북 제재 일부 완화가 교환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미국이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를 바꾼 것은 아니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폼페이오 장관은 논란을 촉발시켰던 인터뷰에서 미국의 목표는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미국이 비핵화 목표를 수정했느냐는 논란과 상관없이 ICBM 폐기 문제는 북·미 대화의 단골 의제였다. 그래서 이번 2차 북·미 정상회담 논의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남북 관계 진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의제에 대해서도 북·미 정상이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한 미국의 제재 완화·제재 예외적용 여부가 대표적인 사안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일 미군은 사령부 홈페이지에 올린 동영상에서 북한을 러시아·중국과 함께 동북아 핵보유 선언 3개국으로 분류했다. 미국이 북한을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하고 동북아 군사전략을 다시 짜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주일 미군은 러시아는 핵무기 4000개 이상, 중국은 200개 이상, 북한은 15개 이상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엘리엇 엥걸 하원 외교위원장은 뉴욕에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여야 의원 5명으로 구성된 ‘국회 한·미동맹 강화사절단’을 만나 “2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회의적”이라고 주장했다. 야당인 민주당 소속이라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대화 방식에 비판적인 입장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