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10대 그룹, 중견 기업 최고 책임자 약 130명이 정부 경제 정책과 규제 완화 등을 두고 허심탄회한 토론을 벌인다. 청와대는 이번 자리가 ‘계급장’ 떼고 대화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이 될 수 있도록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보다 더 자유스러운 분위기에서 행사가 진행되도록 할 방침이다.
정부가 중점을 두고 있는 고용 불안 문제는 민간의 협조 없인 해소하기 어렵다. 반면 기업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등 경제 정책이 반(反)기업 정서를 담은 데 대한 불만을 갖고 있다. 문 대통령이 가감 없이 기업들의 불만을 접수해 해결책을 제시하고, 대신 기업에는 투자와 고용에 대한 역할 확대를 요청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대기업·중견기업인 130명을 초청해 ‘2019 기업인과의 대화’를 개최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14일 “경제계와 소통을 강화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민간과 정부가 함께 혁신성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참석자 면면은 과거 어느 행사와 비교해도 화려하다. 현 정부 들어 청와대를 처음 찾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최태원 SK회장, 구광모 LG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등 10대 그룹 총수 또는 최고경영자가 참석한다. 여기에 중견기업인 39명과 전국상의 회장단 등 참석자만 130명에 육박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유관부처 장관과 청와대 참모들도 총출동한다.
행사는 자유 토론을 위한 ‘타운홀 미팅’ 방식으로 치러진다. 토론은 박용만 대한상의회장이 진행한다. 기업인들이 질문을 위해 손을 들면 박 회장이 지목하고, 문 대통령이 답변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지난해 기업인 간담회에서 시간에 쫓겨 답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점을 감안해 이번에는 사전에 참석자로부터 질문도 미리 받았다. 해당 질문들은 정부가 시간이 걸리더라도 유관부처에서 모두 답변토록 했다. 행사장에서 미리 제출한 질문을 하든지, 다른 질문을 하든지 모두 참석자 재량에 달렸다. 2017년 기업인 호프 미팅을 시작으로 지역 경제인 간담회, 중소·벤처기업인 간담회 등을 주재했던 문 대통령이 “기업인들이 모두 답을 듣고 싶어 하는데 시간에 쫓겨 답을 하지 못하는 건 잘못됐다”며 지시한 내용이다.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은 “행사 취지 자체가 허심탄회하게 기업의 애로사항을 털어놓고 얘기해보자는 것”이라며 “박 회장이 사회를 보고, 중요 질문을 미리 받은 것도 정부가 성실하게 답변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이중삼중 규제를 시행하고 있는 게임업체 대표들이 참석하는 것도 눈에 띈다. 방준혁 넷마블 의장,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게임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조하며 규제 완화를 요청할 전망이다.
오너의 불법과 갑질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은 한진그룹, 부영그룹은 초청 명단에서 제외됐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사회적 여론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강준구 유성열 기자 eyes@kmib.co.kr
문 대통령-재벌총수, 15일 계급장 떼고 자유토론
입력 2019-01-15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