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수도권의 초미세먼지(PM2.5 이하) 농도가 2015년 관측 이래 최악의 수준을 기록했다. 평소 미세먼지에 둔감했다는 시민들도 고통을 호소했다. 수도권에는 13, 14일에 이어 15일에도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된다. 사흘 연속 비상저감조치는 처음이다.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는 이날 오후 6시 기준 서울 지역의 평균 초미세먼지 농도가 124㎍/㎥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2015년 관측이 시작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지금까지는 지난해 3월25일에 기록된 99㎍/㎥가 최고 농도였다. 경기도는 중부권 11개 지역과 남부권 5개 지역에 처음으로 초미세먼지 경보를 발령했다.
초미세먼지 최고값도 경기도에서 248㎍/㎥에 이르렀고 서울 185㎍/㎥, 강원도 177㎍/㎥, 충남 181㎍/㎥, 충북 177㎍/㎥를 기록했다. 초미세먼지 농도는 76㎍/㎥ 이상일 때 ‘매우 나쁨’ 등급으로 분류된다. 어린이나 노인, 폐질환자나 심장질환자 등 미세먼지에 민감한 사람의 경우 가급적 실내활동만 하고 실외활동 시 의사와 상의해야 할 정도의 강한 농도다.
김록호 대기질통합예보센터 예보관은 “정말 심한 상태다. 전날도 수도권과 충청권 등을 중심으로 매우 나빴는데 오늘은 그보다 더 나쁘다”라며 “그동안 국내에 생성된 미세먼지가 정체된 것과 국외로부터 유입된 미세먼지가 낮은 풍속 때문에 축적된 것이 복합적으로 이뤄진 탓”이라고 설명했다.
평소 미세먼지에 민감하지 않던 사람들도 이날은 고통을 호소했다. 직장인 정동영(33)씨는 “이런 데 둔한 편이라 남들이 마스크를 껴도 ‘유난 떤다’고 했는데 오늘은 인생에서 역대급으로 미세먼지가 심한 게 느껴진다”며 “혀가 까끌까끌하고 눈과 목이 너무 따가워서 미칠 것 같다”고 말했다.
거리에서 일하는 이들은 미세먼지를 온몸으로 받아들여야 했다. 김모(74)씨는 오전 11시쯤부터 서울 지하철 1호선 종각역 인근 젊음의 거리에서 2시간 동안 전단지를 나눠줬다. 그는 “마스크를 꼈는데도 가래가 많이 나온다”며 “점심시간이면 사람들이 많이 돌아다니는데 오늘은 그마저도 잘 안 보인다”고 말했다.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 이승수(24)씨는 “목이 더 칼칼한 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대책을 촉구하는 글이 이날 150여개 실렸다.
최악의 미세먼지는 15일 낮까지 한반도에서 머물다 점차 물러날 전망이다. 김 예보관은 “15일 정오를 전후로 비교적 청정하고 풍속이 강한 북서기류가 유입되면서 오후부터 밤까지 대부분 해소돼 16일쯤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수준이 보통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부는 15일에도 화력발전소 발전을 제한하는 등의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수도권에서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환경부는 “마스크 착용 등 건강에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권중혁 조효석 기자 green@kmib.co.kr
“숨쉬기가 겁났다” 수도권 미세먼지 평소 9배, 관측사상 최악
입력 2019-01-14 19:12 수정 2019-01-14 23: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