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의 아버지’ 잇단 인종차별 발언 ‘패가망신’

입력 2019-01-14 19:50
노벨상 수상자인 제임스 왓슨 박사가 지난 2015년 6월 17일(현지시간) 러시아과학아카데미에서 강연하는 모습. AP뉴시스

‘DNA(유전자)의 아버지’로 불린 천재 과학자 제임스 왓슨(90)이 인종차별 발언을 거듭하다 평생 몸담은 연구소의 명예직마저 박탈당했다.

AP통신 등 미국 언론은 14일(현지시간) 뉴욕 소재의 권위 있는 생물학 및 유전학 전문 연구소 및 교육기관인 ‘콜드스프링하버 연구소(CSHL)’가 명예소장과 명예이사 등 왓슨의 직함들을 박탈했다고 보도했다. 왓슨이 지난 2일 방영된 PBS 다큐멘터리에서 과거의 인종차별적 시각이 바뀌었는지에 관한 질문에 “전혀 아니다”고 답했기 때문이다. 그는 “흑인과 백인 사이엔 평균적인 지능 차이가 존재하며, 이는 유전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CSHL은 “왓슨의 발언은 과학적으로 뒷받침되지 않은 주장이자 부끄러운 언행”이라면서 “왓슨이 편견을 정당화하는 데 과학을 오용했다”고 비난했다.

왓슨은 불과 25살이던 1953년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발견’ 중 하나로 평가받는 DNA의 이중나선 구조와 기능을 알아냈다. 이후 공동연구자 프랜시스 크릭, DNA의 결정 패턴을 엑스선 사진으로 촬영한 모리스 윌킨스와 62년 노벨생리의학상을 공동으로 수상했다. 하버드대 생물학 교수를 거쳐 68년 CSHL 소장이 된 그는 연구소를 유전자 연구 및 암 치료의 세계적 중심지로 만들었다.

하지만 그는 1990년대 후반부터 인터뷰나 강연에서 각종 인종 및 성차별적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그리고 2007년 흑인과 백인의 지적능력이 유전적으로 다르다는 우생학적 발언으로 과학계에서 퇴출됐다. 당시 그는 영국 선데이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아프리카의 전망은 선천적으로 음울하다”면서 “우리의 모든 사회 정책은 그들(흑인)의 지능이 우리와 같다는 사실에 근거하지만, 모든 검사 결과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 자신은 인종 간 차이가 없기를 원하지만 “흑인들을 고용한 이들은 그게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고 했다. 당시 비난이 잇따르자 왓슨은 연구소장 직위를 내려놓고 자신의 발언을 철회했었다.

이후 강연과 출판이 잇따라 취소된 그는 2014년 생활고와 영국 현대미술 작가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을 사고 싶다는 이유로 노벨상 메달을 경매에 내놓았다. 생존한 수상자가 노벨상 메달을 판 것은 그가 처음이었다. 당시 러시아 부호 알리셰르 우스마노프가 메달을 475만달러(약 53억원)에 낙찰 받아 그에게 돌려준 바 있다. 연구소에 기여한 공로 덕분에 2007년 이후에도 CSHL의 명예소장 및 석좌교수 등 명예직을 유지하던 그는 이번에 이마저 모두 박탈당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