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가 다시 돛을 올렸다. 정부의 민영화 방침에 따라 해체된 지 4년2개월 만이다. 재출범한 우리금융지주가 가장 앞에 내세운 단어는 ‘혁신’이었다. 1등 금융그룹 자리를 되찾기 위해 순혈주의를 깨고 조직 문화도 확 바꾸기로 했다. 약점이었던 보험, 증권 분야 등을 강화하는 공격적 인수·합병(M&A)에도 나선다. 우리금융의 부활로 국내 금융시장의 지형도는 5대 금융지주 체제로 개편됐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은 14일 출범식을 마친 뒤 기자간담회를 열고 “글로벌 은행들과의 경쟁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내부 인력을 키우고 외부 인력도 적극적으로 수혈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디지털 그룹의 사무실과 직원 복장을 정보기술(IT) 회사처럼 자유롭게 바꿀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시장 진출’ ‘디지털 전환’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는 뜻이다. 손 회장은 “그동안 은행만 해외에 나갔지만 지주사 체제에서 카드와 증권, 자산운용 등이 함께 나가게 될 것”이라며 “디지털 금융그룹은 IT 회사처럼 디지털센터로 만들고, 글로벌 유명 핀테크 기업과 협업해 (정보를 공유하는) 오픈뱅킹 서비스를 구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우리금융은 2014년 11월 진통 끝에 간판을 내렸다. 종가(宗家) 격인 우리은행과 일부 자회사만 남고 우리투자증권, 우리아비바생명보험, 우리파이낸셜 등 알짜 계열사들은 모두 팔렸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모든 지점 간판에 ‘우리금융그룹’이란 표현을 남겨두며 종합금융그룹으로의 복귀를 꿈꿨고 지난해 5월 지주사 재출범을 선언했다. 2001년 우리은행 부부장 시절에 우리금융지주 출범 업무를 맡았었던 손 회장은 “지난 4년간 은행 체제에서 어렵게 영업하느라 고생한 임직원과 주주, 고객들에게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소회를 밝혔다.
우리금융의 부활로 금융권 M&A는 한층 뜨거워졌다. 우리금융은 ‘비(非)은행 분야’를 강화해 리딩 금융그룹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각오다. 특히 보험과 증권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손 회장은 “지금은 다른 증권사와 펀드 영업을 하고 있지만, 자체 증권사를 보유하면 종합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통합 마케팅으로 고객에게 혜택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M&A는 자산운용사나 부동산 신탁 등 비교적 작은 분야에서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지주사 전환으로 현재 15.8%인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10%대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손 회장은 “만약 증권사를 인수하지 못하게 될 경우 지분을 공동투자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며 “다른 곳과 함께 인수한 뒤에 자기자본비율을 회복하면 지분을 50% 이상으로 높이는 방법도 생각 중”이라고 설명했다.
손 회장은 2020년 3월까지 우리은행장을 겸임한다. 그는 “본점 건물(서울 중구 소공동) 23층 프라이빗뱅킹(PB) 고객상담 공간을 옮기고 거기에 지주사 회장실을 만들자는 의견이 있었다. 고객이 왕인데 고객상담 장소를 옮길 수 없어 행장실(22층)을 그대로 쓰기로 했다. 우리가 고객을 이런 시각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한편 정부는 연내에 우리금융 민영화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축사에서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하고 있는 우리은행 잔여지분(18.4%)을 조속히 매각해 우리금융의 완전한 민영화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우리금융지주, 순혈주의 타파로 ‘1등 금융그룹’ 탈환한다
입력 2019-01-14 1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