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드 데 헤아가 지키고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골문은 철벽이나 마찬가지였다. 해리 케인을 비롯한 토트넘 홋스퍼 선수들이 때린 11개의 유효 슈팅은 모두 골라인을 넘지 못했다. 덕분에 임시로 팀을 맡은 올레 군나르 솔샤르 감독은 맨유 차기 감독 후보로도 꼽히는 마우리시오 포체티노의 토트넘을 상대로 6연승 행진을 이어갈 수 있었다. 맨유가 리그 3위 팀을 상대로 승점 3점을 확보하면서 챔피언스리그 진출이 가능한 ‘톱4’ 진입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데 헤아는 14일(한국시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2라운드에서 맨유가 토트넘을 1대 0으로 꺾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날 유일한 득점은 전반 44분 맨유 마크 래시포드의 발끝에서 나왔지만 데 헤아는 래시포드의 골이 결승골이 될 수 있게 골문을 걸어 잠갔다. 특히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8만여 홈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을 받은 토트넘을 상대로 집중력을 잃지 않고, 후반 45분간 골문으로 향하는 11개의 슈팅을 모두 막아냈다.
먼저 후반 3분 케인의 오른발 슈팅을 오른발로 막은 데 이어 2분 뒤에는 알리의 헤딩 슈팅을 역동작에도 불구하고 몸을 날려 쳐냈다. 후반 13분 케인의 헤딩 슈팅, 후반 20분 델레 알리의 데 헤아와의 일대일 상황에 이은 슈팅, 후반 24분 케인의 프리킥 등 골로 연결돼도 이상하지 않은 토트넘의 파상 공격은 매번 마지막 관문을 통과하는 데 실패했다.
이날 데 헤아가 기록한 11번의 선방은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 한 경기 최다 선방이다. 그 전까지는 왓포드의 벤 포스터 등 3명이 기록한 9회가 최다였다. 데 헤아 개인으로는 2017년 12월 아스널전에서 기록한 선방 기록(14회)에 이어 가장 많은 선방을 펼쳤다. 이같은 활약에 힘입어 데 헤아는 후스코어드닷컴으로부터 골을 넣은 래시포드(7.5점)보다 높은 평점(9.1점)을 받았다. 후스코어드닷컴뿐만 아니라 BBC, 스카이스포츠가 뽑은 맨 오브 더 매치(MOM)에도 선정됐다.
맨유는 이번 승리로 상위팀을 상대로 승점 3점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회복했다. 지난달 솔샤르 체제 이후 맨유는 리그에서 카디프시티, 허더즈필드, 본머스, 뉴캐슬 같은 중하위권팀을 상대로 연승을 거뒀다. 지난 5일 FA컵 3라운드에서 맞붙어 승리한 레딩은 2부리그 팀이었다. 데 헤아의 선방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결과이긴 했지만 폴 포그바 등 공격진에 이어 수비에서의 집중력 역시 좋아지고 있음을 보여준 경기였다. 맨유는 FA컵 경기까지 합칠 경우 3경기 연속 실점하지 않았다.
이날 경기 결과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이 걸린 리그 상위 4위 진입 경쟁 역시 더욱 치열해지게 됐다. 맨유는 승점 3점을 확보하면서 5위 아스널과 승점(41점)이 같지만 골 득실에서 뒤져 6위를 유지했다. 4위 첼시(47점)와는 6점 차이다. 맨유는 다음 달 24일 선두 리버풀과의 경기 전까지 중하위권 팀과 4경기가 예정돼있다. 오는 20일 첼시와 아스널의 경기 결과가 4위 진입의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데 헤아는 경기 후 “우리는 여전히 맨유가 톱4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솔샤르 감독은 “후반 상대 압박으로 점수를 많이 내지 못했지만 네 명의 수비와 데 헤아가 믿기 힘든 수비를 보여줬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데 헤아, 거미줄 쇼… 맨유 완벽 U턴
입력 2019-01-14 19: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