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규-조현우, 태극 거미손 경쟁은 진행형

입력 2019-01-14 19:49
한국 축구 대표팀의 골키퍼 김승규(오른쪽)와 조현우가 9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SSAD 알 맘자르 훈련장에서 몸을 풀고 있다. 뉴시스
대표팀에 합류하기 위해 14일 두바이 공항에 입국한 손흥민. 뉴시스
안갯속에 싸였던 국가대표 수문장 경쟁 양상이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김승규(29·빗셀 고베)가 2019 아랍에미리트(UAE) 아시안컵의 주전 자리를 꿰차는 모양새다. 지난 러시아월드컵에서 맹활약했던 조현우(28·대구 FC)는 이제는 도전자의 위치로 출전 기회를 엿본다.

김승규는 아시안컵 조별리그 1·2차전에 연속 출전해 대표팀의 뒷문을 잠갔다. 새해 첫날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평가전에도 선발로 나왔다. 전력이 약한 상대들이긴 했지만, 김승규는 3경기 연속 무실점을 이끌며 제 몫을 다했다.

지난 12일(한국시간) 열린 키르기스스탄전에서도 김승규의 안정적인 선방은 돋보였다. 예상과 달리 공세적으로 나온 키르기스스탄을 상대로 실점 위기를 잘 넘겼다. 전반 34분 김승규는 키르기스스탄의 코너킥에 이은 골문 앞 혼전 상황에서 집중력을 잃지 않고 슈팅을 잡아냈다. 후반에는 적절한 수비 조율로 한 골 차 리드를 잘 지켰다.

김승규의 가장 큰 장점은 골키퍼로서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안정성이다. 신장(187㎝)과 순발력, 빌드업 기술, 위기관리 능력 등 특별히 부족한 점이 없다. 김대길 KBSN 해설위원은 14일 “김승규는 단점을 발견하기 어려운 골키퍼”라며 “과거 약점으로 지적되던 킥 능력도 한층 나아졌다”라고 평했다.

하지만 그동안 대표팀 주전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처음 국가대표팀에 발탁된 것은 2013년이지만 실제로 뛴 적은 지금까지 39경기에 불과하다. 2015 호주 아시안컵 때는 김진현에게 밀렸고,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는 깜짝 선발로 기용된 조현우에게 장갑을 내줬다.

단 하나뿐인 골키퍼 장갑을 둘러싼 경쟁은 이번에도 치열했다. 벤투 감독은 선발로 나설 골키퍼를 경기 직전까지 낙점하지 않으며 선수들에게 긴장을 놓지 않게 했다. 김승규는 13일 “필리핀전 전날 감독님과의 미팅에서 선발로 뛰는 것을 알게 됐다”라고 밝혔다. 김승규는 “주전으로 뛰는 첫 메이저 대회다. 많이 기다렸다”며 각오를 드러냈다.

김승규와 선의의 경쟁을 이어나가고 있는 조현우에게도 아직 기회는 남아 있다. 조현우는 지난해 러시아월드컵과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눈부신 슈퍼 세이브를 해냈다. 벤투 감독이 부임한 후에도 10월, 11월 네 차례의 A매치에서 김승규와 나란히 두 번씩 출전하며 눈도장을 찍었다. 동물적인 반사 신경은 조현우만의 무기다.

한편 에이스 손흥민(27·토트넘 홋스퍼)은 14일 대표팀에 합류했다. 손흥민은 같은 날 열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리그 경기를 뛰고 난 뒤 곧바로 비행기를 타고 이날 낮 현지에 도착했다. 손흥민은 간단한 개인훈련으로 몸을 풀며 도착 첫날 컨디션을 조절했다. 빡빡한 경기 일정을 소화하고 장거리 비행을 하며 피로가 쌓인 만큼, 16일 중국과의 조별리그 3차전에 출전할 지는 미지수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